푸르름이란 참으로 이상하다.

언젠가에는 설렘을 가져다줄만큼 

커다란 생기 그 자체이다.


하지만 그 생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것은 공포로 다가온다.


나무가 빽빽히 겹친 산너울을 보고 있자면

나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삶이 나에게로 쏟아진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가지가 흔들리며

찬란한 소리와 함께 삶이 나에게로 쏟아진다.

나는 그 아름다움을 경이로 가득찬

눈빛으로 모두 받아낸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나는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

함께 오는 그늘의 어둠이며

거칠어지는 나뭇잎의 흔들림이

파도처럼 다가와

고요한 공포로 쓸고간다.

삶이 나를 덮친다.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으로,

감당할 수 없는 절대적인 아름다움.

더이상 삶과 죽음을 구별할 수 없는.


그렇다. 조금은 알겠네.

꽃잎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라지기에 아름다운 꽃잎.


죽음에 대한 두려움.

존재를 지워버리는 무한한 자유의 아름다움.


노을도, 사랑도, 슬픔도

모두 사라지기에 아름다워라.

함께 사라지고프다.

나의 사랑들과.

서서히.

천천히 타들어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