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와 이해할 수 없는 사실로 가득한 현실에 순종하며 도피하고 회피하고 침묵한 채 살아가고자 했다. 했건만 끝끝내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질문을 무시하지 못하고 뇌까렸다.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시스템 아래 몸을 낮추고 소소한 행복을 허락받으며 살아가려 했을 뿐이건만, 이제는 무엇도 행할 힘이 남아 있지 않다. 굴복되어 꺾인 의지는 과연 한때라도 실존했던 것인지조차 불확실한 가정이 되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참담한 새벽 공기 아래서 앙앙 운다. 그러나 울지 못한다. 목끝까지 치닿은 배설을 삼켜내어 응축된 응어리가 나를 좀먹는다 나는 쓰레기이고 버러지이며 도태된 인간이다. 게으름과 오만 축적된 온갖 지식의 잔해 위에서 파리를 쫓으며 도취된 야만인이자 비틀린 성벽을 지닌 인간이요 지성이 없다 타락한 육체는 보잘것없고 감지 않아 기름진 머리칼이 피부를 스친다 표피에는 각질이 쌓여 있고 역겨운 흔적이 잔류한다. 지울 생각마저 들지 않는다. 외려 떳떳하다.
그래 이제 추락하자 낭떠러지로 지옥의 끝으로 회개받지 못한 영혼으로 추잡한 실체 그대로 잠들자 가자 낙원으로 유일한 탈출구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나만의 이데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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