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모양 입구의 동굴이 있다. 안은 축축히 젖어 있다. 천장은 아주 높지 않았고 돌기 같은 것들이 무수히 나 있었다. 여러 갈래의 길 같은 건 없었다.
하나로 쭉 이어진 통로였으며 안쪽으로 점점 들어갈수록 어두워져 잘 보이지 않았다. 동굴 안에는 물 방을 떨어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때였다. 어떤 검은 형체가 움직이는 듯했다. 그것은 생물인 듯 아닌 듯 동굴바위를 끓어대며 시끄러운 소리를 동반하였다.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으며 점점 더 다가오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소리가 들릴 때 마다 온 신경이 쭈뼛쭈뼛 곤두섰다.
온 사방이 바위와 그것의 마찰음으로 가득 울려 퍼진다. 공포가 내 몸을 마비시킨다. 도대체 뭐가 다가오는 걸까?
그것은 흡사 괴물과 같은 형체였다고 느꼈다. 양팔은 제각각 다른 길이 였었고 머리는 목이 함몰된 형태로 몸에 붙어있었다.
다리는 상당히 길쭉한 편이었으나 마찬가지로 길이는 제각각 이었다. 그의 움직임이 기괴해 보였던 이유는 관절 때문이었다.
관절들이 제 멋대로 돌아가 이상한 움직임을 만들고 있었고 전체적인 몸집은 상체가 굉장히 부풀어 보이는 형태였다.
전반적으로 두상을 제외한 모든 부분들이 거칠고 딱딱해 보이는 재질이었다.
하지만 난 그 괴물에서 인간의 형체를 보았다. 아니다 정확히는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었었고
과거의 기억의 저편 어딘가에 있었던 존재같이 느껴졌다.
얼굴 부분이 망가져 있었지만 누군가랑 닮아 있다 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디 였었을까? 어디서 본 얼굴이었을까? 이 괴물은 과거에 인간이었을까? 어떻게 해서 이런 몰골이 되었을까? 궁금증이 생기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동굴안의 다른 한쪽에서는 푸른 빛이 일렁였다. 무언가에 튕겨진 빛의 형태였다. 그 빛은 동굴안을 은은히 비추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동굴안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곧 무슨 일이 벌어질듯한….
푸른 빛은 사람의 형체를 띄었다. 빛이 푸르렀던 이유는 차가운 갑옷에 반사되었기 때문이었다.
차갑고 육중한 갑옷안에 다부진 체형이 있었고 한 손엔 검을 쥐고 있었다.
푸른 빛이 반사되는 투구아래 감춰진 노란색 두 눈이 번쩍였다. 무엇이라도 꿰뚫을 눈빛으로 괴물을 응시하고 있었다.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으며 곧 긴박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푸른 빛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사는 투기가 넘치고 있었다. 괴물에 대한 적개심으로 두 눈이 일렁이고 양손은 검을 꽉 붙들어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흡사 복수에 사무친 귀신 같아 보였다. 전사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이 공기를 갈랐다.
창!!창!!
단단한 괴물에 몸에 검이 닿으며 주황색 불빛을 만들어낸다.
첫 조우에 서로의 강함을 확인한다.
전사는 연한 피부로 이루어져 있는 괴물의 두상부분을 강하게 내리쳤다.
괴물을 굉음을 내며 고통스러워 하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격렬하게 움직이며 공격해온다.
전사는 약간 힘겨워 했지만 모든 공격을 방어하고 다시 맹렬하게 검을 휘두른다. 그렇게 전사의 검이 괴물의 몸에 닿으며 동굴안을 주황색 불빛으로 가득 채운다.
전사는 문뜩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검이 괴물의 몸을 타격할수록 자신의 몸에 데미지가 쌓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뭔가 공기 같은 것이었다. 괴물에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먼지나 입자들이 공기중에 퍼져 숨을 들이킬 때마다 내 폐부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 감각이 뭔가 나에게 미묘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었다. 눈이 점점 감겨지고 있다. 뭔가가 나를 마비시키고 있다.
전투는 어느새 끝나 있었다. 전사는 뭔가의 영향으로 몸이 마비된 듯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주황색 불빛은 더 이상 없었다. 갑옷에서 반사되는 푸른 빛만이 동굴안을 메우고 있었다.
전사 피부는 푸른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팔도 길이가 제각각으로 달라지기 시작했고 다리의 위치는 틀어졌으며 기괴하게 관절은 뒤틀어졌다.
갑옷 위로는 두꺼운 갈기 같은 털이 드문 드문 자라났으며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듯 움직였다.
그의 기괴한 몰골은 마치 방금 전 조우했던 괴물의 그것과도 같았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점점 더 기괴해졌다.
전사의 의식이 돌아온 듯했다. 자신의 변화를 감지한 듯 괴로운 신음소리를 낸다. 그것은 인간의 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아는 듯이 점점 더 깊고 깊은 동굴 안으로 사라져 갔다.
모든 빛이 사라진 동굴안에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법한 흔적만이 남아있다.
그 흔적 마저도 어두움에 가리워져 지워지고 있었다.
이제 동굴안에는 검은 적막만이 남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