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문을 나서면 습관적으로 이어폰을 꽂는다. 흘러나오는 노래를 이정표 삼아 걷는 길, 오늘도 나는 내 인생이 마법처럼 바뀌기를 소원한다. 아니, 정확히는 ‘언젠가는 바뀌겠지’, ‘나중에 내가 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 뒤에 숨어 변화의 책임을 내일로 떠넘길 뿐이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대했고,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실망만 가득한 저녁을 수집해 왔다. 그래도 내일은 다를 거라 자위하며 잠드는 밤들. 그 안일한 평화를 깨뜨린 건 예고 없이 찾아온 초조함이었다.
시험 D-8.
스마트폰 화면 속 숫자가 9:41을 가리킨다. 언제나처럼 학원으로 향하는 길, 문득 고개를 들어 친구들을 보았다. 그들은 이미 저만치 멀리서 각자의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정지 화면 같던 나의 세계와 달리 그들의 시간은 치열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제야 소년은 자각했다. 자신의 발자국이 얼마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는지를.
입버릇처럼 다짐했다.
"바뀌어야겠다."
그러나 오늘 소년의 다짐에는 이전과 다른 온기가 섞여 있다. 가슴 한구석에서 툭, 하고 불꽃이 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작은 불씨가 거대한 불길이 될지, 혹은 힘없이 사그라질지는 오직 신만이 아는 영역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오늘 소년의 소원이 그 성질을 달리했다는 점이다.
'인생이 바뀌길 바란다'는 수동적인 간절함이 아니다.
'인생을 바꾸겠다'는 서슬 퍼런 의지가 머릿속을 채운 것이다.
학원 끝나는 길, 이 노래를 들으며 막연히 변화를 구걸하던 나는 이제 없다. 소년은 바라기만 하던 어제의 자신을 그 길 위에 두고, 조금 더 단단한 어른의 세계로 발을 내딛기로 한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가사를 되새기며, 소년은 다시 소원한다.
이제 그의 소원은 기도가 아니라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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