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1월 1일 자정

핵버튼이라는 사이트가 생겼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으며 누구나 보고 쓸 수 있는 사이트였다

다만 그런 사이트가 생긴지 아는 사람이 몇 없었다


첫번째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 제목: 로스앤젤레스 to 서울

신생 사이트여서 그런지 게시판에 사람이 별로 없는 듯 했다

게시물 클릭 수가 한 달이 지나도록 0에 머물러 있었다


두번째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 제목: 평양 to 도쿄

얼핏 보면 비행기 노선 같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첫번째 게시물을 누군가 클릭했다

클릭 수가 1을 알리고 있었다

링크를 타고 특별히 초대된 사람이었으리라

그가 클릭해 들어간 게시물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아래 빨간 버튼을 누르면 로스앤젤레스에서 서울로 가는 핵미사일이 발사됩니다"

그는 무심코 빨간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갑자기 "뉴클리어 런치 디텍티드!"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동시에 게시판에 공지가 떴다

게시물 제목: Nuclear Launch Detected!

서울 반지하 단칸방에 사는 그는 생각했다

'어디 고스트가 있나?'


게시물을 클릭했다

실시간 스트리밍 영상이 떴다

웬 로케트가 하나 서 있었다

이게 뭐지 하는 순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5!

4!

3!

2!

1!

발사!


로케트가 하늘로 오르고 있었다

하늘 위로 하늘 위로 불을 뿜고 올라갔다


'이게 뭐지? 장난인가? 저게 핵이라고?

LA에서 서울로?

9.11테러도 사고 당시에 무슨 영화에 나오는 장면인지 알았지?

어 진짜?

나 혼자 이걸 보고 있단 말이야?'


스트리밍 화면이 바뀌었다 로켓에 달린 카메라 뷰인 것 같았다

연료를 담은 로켓이 분리가 되었다

이제 그 속도를 가늠할 수 없었다


로켓은 날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서울로 무언갈 초고속으로 LA갈비라도 배달한다는 듯이


구경꾼은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 제목: 한국 국방부는 뭐 하고 있는 거야!

게시물 내용: 핵폭탄 날아오잖아!

아무도 클릭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태평양을 가로지르는데 약 25분이 걸린다고 했다

25분동안 뭘 할까...


카톡 친구들을 카톡방에 모두 초대했다

그리고 핵버튼 사이트 링크를 걸었다

핵버튼 사이트를 방문했는지 아닌지 몇몇은 카톡방을 바로 빠져나갔다


컵라면이 3분에 걸쳐 익고 있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여기 꽂힌다면 이 컵라면이 내 인생 마지막 식사가 되는 걸까?

컵라면을 후후 불면서 급하게 흡입했다


너무 불안한 상태였다

스트리밍 영상을 쳐다보며 단전호흡을 하였다

깊이 들이쉬고 천천히 끝까지 내쉬고를 반복했다

불안한 마음은 잘 가라앉지 않았다


갑자기 밀린 빨래 생각이 났다

그리고 친구에게 빌린 돈...


시간이 가고 있었다

미사일의 고도가 낮아지고 있었다

땅이 보였다

'저기 보이는게 어느 나라 어느 땅이지?'

마침내 로케트에 달린 카메라가 땅으로 꼬라박았다

스트리밍이 중단되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핵버튼 사이트에 새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 제목: 불발

게시물 내용: 서울에 떨어진 미사일에 실린 탄두가 불량이었음: 탄두 책임자 Nick


게시판을 보고 있던 그 사람은 예전에 얼핏 보았던 핵무기의 안전핀 이론이 떠올랐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literature&no=293463&search_pos=-285203&s_type=search_subject_memo&s_keyword=%EC%95%88%EC%A0%84%ED%95%80&page=1

핵무기의 안전핀 이론 [이정석 오리지날] - 문학 갤러리

소총에는 안전핀이 있다수류탄에도 안전핀이 있다더 강력한 무기인 핵폭탄에 안전핀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핵폭탄의 안전핀은 이중 삼중 사중 오중으로 되어 있을 것이다발사되지 아니한 핵폭탄이 그 자리에서 터지는 사고가

gall.dcinside.com


'닉이라는 친구가 핵무기의 안전핀으로 작용했구나...'


게시판에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 제목: 모스크바 to 런던

'아니 왜? 러시아와 영국이 사이가 나빴나?'

자세한 내막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핵공격 감지 경보가 울리지 않는 걸 보아 누군가 그 게시물에 들어가 핵버튼을 누르지는 않은 상태인 것 같았다


'러시아에 핵탄두가 5000개 가량 미국에 핵탄두가 5000개 가량 있다고 했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게시판에 도전적인 제목의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 제목: 테헤란 to 워싱턴

게시물 내용: 추천 수 300 이상이면 실행


'이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누굴까?'


스크롤을 내리니 게시물엔 추천이 하나 눌려 있었다


그는 유튜브에서 노래를 하나 클릭했다

죽으면 죽으리라 라는 찬양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