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을 때부터
입에 닿는 건 전부 삼켰다

소화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남는 것인지
중요한 것은 먹는다는 사실에
살아있다는 감각

내가 삼킨 게
어미였나 아니면 어미의 영양분이였나
세상이였나 아니면 세상이라는 이름의 새장이였나
그런 것들로 내 허기를 채웠다

새벽이 찾아오면
뒤뜰에 쉬는 양을 물어뜯었다
잠든 것부터

아침이 오면
입 안에 남은 것을 씹다 말고
혼자였다는 걸 알았다

모든 것이 소화되고
아무도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동안 열심히 발버둥쳐라
본능에 휘둘린 죄인의 시간이다


74b88523b2806ca46bee82e647d7226c2aede7064c39f4d666cf0e7ebab9e40084f455d14656700c74f10a8ca68411

정신을 차려보니
무저갱의 끝에 처박혀있었다

그 끝에서 나를 마주하는 건
가죽을 뒤집어쓴 쓰레기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지만
역겨움은 감출 수 없는 노릇이다

감정의 결함에 생기는 언어의 충돌은
쓰레기들끼리 뒤엉키다 뒤척이고

그 모습을 마주한 신은 도망갔다.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