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경주마는 중년의 남성. 그는 시야 가리개를 쓰고 앞으로 달린다. 지켜야 할 것만을 바라보며 죽을 힘을 다 해 달려 나간다. 모래와 잔디, 진흙을 오가며 기수의 채찍질을 견딘다. 관객들의 환호성은 커지고, 옆은 보이지 않고, 되돌아갈 길은 없으며 이미 뒤는 돌아 볼 수 없다. 앞으로만 나아간다. 결승선은 다가오고 있다. 나는 몇 등인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달린다. 결승선에 닿기 전에 종소리가 울리면 안 된다는 초조함은 기수의 채찍질을 느끼지 못하게 해준다. 나는 숨쉰다. 호흡 소리와 심장박동 소리만 내 귓속을 채웠다. 그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세상에 나는 존재했다.
출발선은 아무리 달려도 멀어지지 않고, 결승선은 아무리 달려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내 등에 태운 기수는 점점 늘어나고, 나는 무릎의 연골이 시리다. 그럼에도 사나운 신음과 함께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간다. 기수의 채찍질만이 나를 살아있는 듯 느끼게 한다. 세상엔 내 귓속을 채운 호흡과 심장박동 소리, 채찍 세례의 따가움 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는 줄 알았던 나는 여기 없었다. 나는 1초 전, 1초 뒤, 지금 이순간 앞으로만 달린다. 종소리가 울리지 않는 세계는 종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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