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색맹이다. 적록색맹도 아니고 전색맹.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너를 처음 가지게 된 순간 내 눈엔 색들이 차례대로 들어왔다.
키워보려는 열정의 빨강
부모로서 성장의 주황
너랑 곧 만날 수 있다는 기대의 노랑
함께 살아간다는 안정의 초록
잘 키울 수 있을까 라는 혼란의 파랑
끊임없는 책임의 남색
널 부유하게 키우고 싶은 강박의 보라색
그런 색들이 내 눈동자를 따스히 감싸 안아줬다.
나는 그런 일들이 더 할 나위 좋았고 매일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품었던 탓일까.
아직 어둡던 날, 넘쳐나는 빛으로 비춰준 사람의 속에서
아직 잠을 잘 너를 들리지도 않을 자장가로 영원한 잠을 재웠다.
그 날 이후론 그 사람은 나처럼 빛을 잃어갔다. 시름 시름.
왜일까.
내가 네 엄마 곁에 좀 더 남아있었다면 너도 우리 곁에 남아있었을까.
아니면—
내가 네 엄마의 속을 썩이면서 너의 마음도 같이 썩었던거니.
언제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난 너를 다시 되찾고 싶어.
그렇게 나는 다시 회색으로 변해버린 눈으로 세상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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