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오는 어느 날이면 저는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아무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 


제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바다를 보는 것 뿐입니다.


바다를 직접 본 것은 아니고, 

그저 다른 이들이 묘사를 빌려온 것을 듣고 상상해볼 뿐입니다.


사람, 짐승, 마차들의 자취들이 남긴 자국에 들어찬 물을 보며 

그 날도 저는 바다를 떠올렸습니다.


저의 머리를 적시는 것은 파도일까, 생각하던 때에 어떤 여자가 바다를 감상하는 제 앞에 오더니 쪼그려 앉더군요. 


그 여자의 자세한 외양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그녀의 눈만큼은 생생합니다. 


그래요, 그녀의 눈은 '바다'였습니다. 


바다를 본적 없지마는

그녀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의 눈이 바다를 닮은게 아닌, 

바다가 그녀의 눈을 닮았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 마디는,


-너도 같은 걸 보고 있는거야-


-네.- 


 저는 답하였습니다. 


그녀의 눈은 그녀가 무엇을 목도하고 있는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생생하였으니,


-진짜 바다를 본 적 있어-


-아니오.-


-나도-


어떤 말로 대꾸해야 될지 모르겠어 적당히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였습니다.


-있잖아 나는 진짜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렇군요, 하고 적당히 대꾸하였습니다.


-바다가 나를 온 세상으로부터 숨겨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녀의 말의 뜻을 이해한 저는 질문했습니다.


-왜 하필이면 바다입니까? 밧줄도, 칼도 당신을 세상으로부터 숨겨줄 수 있지 않습니까?-


-바다는 친절해-


돌아온 추상적인 답변에 갈증에 잠겼습니다.


-다른 것들은 보여주기를 강요하거든-


해소되지 않은 갈증에 질문을 덧붙이려다 숨을 고르는 그녀의 모습에 잠자코 기다렸습니다.


-밧줄은 내가 흔들릴 주기를 칼은 내가 마지막으로 보여줄 발간 꽃을-


-그런데 바다는 아니야-


그녀와 대화할수록 갈증은 더 심해졌지만, 

정녕 갈증을 해소하는 방법은 소금물을 그만 퍼마시는 법이란걸 알기에 일어날 채비를 했습니다.


-같이 바다를 보러가지 않을래-


-왜 하필 저입니까?-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건 예의가 아님을 배웠지만, 

극도의 갈증이라는 조건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뿐입니다.


-나랑 같은 것을 보고 있었으니까-


온 세상으로부터 숨고 싶었던 이가 같은 것을 보고 있단 이유로 마지막 순간을 내보이겠다고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퍽 유쾌하여,


-그러죠.-


하고 답해버렸습니다.


-내일 여기서 보자-


-어떻게 가려고 이러는겁니까?-


-마차를 잡아뒀어-


그 비싼 마차를 그녀는 잡아두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순간을 위한 투자였을까요.


그날 밤은 잠에 쉽게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가 바다를 보러간다는 고양감이었을지, 

누군가가 자신의 삶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감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저는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혹시나 시간을 헷갈린건가 싶어, 저는 계속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저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어떤 여인이 마차에 치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저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마지막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저를 두고 바다로 떠났을 것입니다.


그녀는 바다에 도착한 후, 

그 넓고 광활한 푸우른 바다에 잠겨

처음에는 비록 고통스러웠을 수 있었겠지만 

그녀를 친절히 끌어안아주는 바다에 

조금은 편해졌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녀는 계속 가라앉고, 

가라앉아 그녀가 숨고 싶어했던 세상으로부터 

숨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파도가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따라 그 파도는, 짜고 집중적이었습니다.


갈증에 목이 메이기 시작했습니다.


분명히,


그것은 갈증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 파도는 저에게만 치는 것일까요.


그 파도가 고인 물웅덩이에는


그녀의 눈이, 바다가, 저의 눈이,


넘실댔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