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하게 릴스를 넘기던 손가락이 반복되는 스크롤에 짓이겨 지쳐갈 때쯤, 액정 너머의 인위적인 미감에 무뎌진 방 안으로 날것의 목소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열린 창문 틈을 타고 넘어온, 어느 대학생의 알코올에 절여진 처절한 독백.
길바닥에 고인 쓴 침과 섞여 뭉개지는, 지독하리만큼 선명한 ‘박제된 순애(殉愛)’의 시작이었다. 짝녀가 사랑하는 대상은 하필 제 친구인 ‘지완’. 취기 어린 혀로 ‘진실게임’이라는 초라한 방패 뒤에 숨어 자기 상황을 빗댄 밸런스 게임을 던지지만, 돌아오는 건 그녀의 서늘하고도 단호한 확신뿐이다.
지완이라는 친구의 멋짐을 애써 수긍하면서도, 그 완벽함 사이로 어떻게든 작은 틈을 만들어 보려 발버둥 치는 절박한 수식어들. 사랑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친구’라는 지독한 마침표라도 찍어보려 애쓰는 저 뒷모습이 애달프다 못해 비참하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더니, 저 형의 새벽은 지금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년 만화다. 스마트폰 속 가짜 세상보다 훨씬 더 선명한 타인의 비극을 도청하며, 나는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묘한 기분으로 넘긴다.
「도청된 청춘」 — 수능특강 문학 듣고 감명받은 문학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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