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으로 가던 그 여객기엔
21세기의 청춘이 타고 있었다.
물과 눈이 뒤엉켜 내리는 날씨는
역설적으로 피부를 뎁혔다.
차량 내에는 내 또래가 대략 삼십.
덜컹거리는 차창 너머 설산들.
해 지는 하늘이 비추는 하얀 지면,
뽀드득뽀드득 사랑으로 밟았다.
꾸욱 꾸욱 흰 땅을 발자국으로 물들였다.
눈을 도화지 삼아 우리의 사랑을 그렸다.
하늘의 꽃밭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 밤,
너와 내가 웃음에 흠뻑 젖던 그 5초가
영원할 것만 같았다.
정작 우리가 영원을 약속한 적은
한 번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어지러운 나무 냄새
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
문을 막은 눈
계단의 벌레 사체
불편한 좌석
고장 난 신발
갈라지는 바람
차가운 타일
그저 그런 아침 식사
뽀얀 이마
맑은 하늘
밝은 눈동자
고요한 대화
따스운 난로
사랑을 머금은 떨림
갈라진 머리칼
마지막으로 나, 너, 우리, 저들의 존재
그 모든 것이 축복임을 알기에,
나는 그 쓰라림을 사랑했다.
백색의 나라로 가던 그 여객기에는
21세기의 청춘이 타고 있었다.
지금 보니깐 많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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