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당신에게!>
소중한 건 금방 사라지는 법입니다. 그리고 사라진 뒤에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법입니다. 사라진 뒤에서야 후회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이 글을 읽는 바로 지금 이 순간, 사라진 뒤에 후회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사라진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 깨달으면 됩니다. 그러니 만약 지금 당신에게 소중한 게 있다면, 한번쯤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부끄럽다고요? 어색하다고요? 밉다고요? 싸웠다고요? 그 사람이 사라져 버린 뒤에도, 그렇게 말할 수 있나요? 그 사람이 사라져 버린 뒤에도 정말, 정말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 저는 알아버렸습니다. 그러니 제발,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사라져 버리면 아무것도 소용이 없습니다. 뭘해도 그 사람은 안 돌아와요. 제가... 해봤어요.

저는 제가 밉습니다. 저에게 화가 납니다. 그때 안아줄 걸... 사랑한다고 말할 걸... 같이 소풍이나 가서 추억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쌓을 걸... 그러니, 비극은 한번으로 충분합니다. 2번 반복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저도 압니다. 당신은 이 글을 보고 난 뒤에 몇 분 지나면 잊어버리겠죠. 그 사람 앞에 섰을 때, 이 글은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되겠죠. 당신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쓰고 있는데도, 결국 이 글은 당신을 구원하지 못 하겠죠. 지금의 당신에게는 이 글이 그냥 수많은 글중 하나에 지나지 않겠죠. 당신을 제외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글의 존재조차 모를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여기까지 읽지도 않고 글의 초반 부분에서 뒤로가기를 눌렀겠죠. 이 글은 저와 당신만 안 채로 인터넷의 깊은 바닷속에서 영원히 잊혀지겠죠.

그래도 저는 이 글을 쓸 겁니다. 당신이 이 글을 보고 있다는 건, 적어도 당신에게는 닿았니까요. 당신이 이 글을 보고 그 사람과 조금이라도, 약간이라도 더 많은 추억을 쌓았으면 하니까요. 이 글이 당신을 무의식적으로라도 변화시켰으면 하니까요.

...사실 이 글은 저에게 쓰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에게도 아직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저는 떨립니다. 저도 이 글을 쓰고 난 뒤 그들을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 못 할 것 같아요. 그들은 저를 이상하게 보겠죠. "얘 갑자기 왜이래?"라는 말을 들을 것 같아서 두렵습니다. 저와 싸운 그들에게 "미안해"라고 말하고 화해하는게 너무 두렵습니다. 그들이 제 사과를 안 받아주면 어쩌죠? 사실 사과를 받아줄 것 같아도, 그냥 제 자존심 때문에... 못 하겠습니다.

하하... 절 비웃어도 괜찮습니다. 이 글을 쓸 자격이 없는 녀석이라고요. 맞아요. 이런 글은 저 말고, 저보다 글쓰기를 훨씬 잘하시는 분이 써야 합니다. 그랬으면 이 글에 오타가 없었겠죠. 이 글에 풍부하고 멋진 표현들이 있었겠죠. 이 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감동을 주고, 실천하게 했겠죠. 저 말고, 소중한 사람들을 용기 있게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썼으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었겠죠.

그래, 그래요. 진짜 솔직하게 말할게요. 저는 글쓰기를 잘 못합니다. 저는 이 글을 연습용으로 쓰고있어요. 처음 부분은 멋있어 보이려고 어렵고 감성적인 문장으로 썼어요. 그리고 아까 거짓말을 했어요. 저는 딱히 이별의 슬픔을 그렇게 크게 느낀 적이 없습니다. 저는 단지, 이별을 하기 전에 추억을 쌓으라는... 그런 멋진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저는 작가와 화자는 다른 존재라고, 이건 창작이라고 변명하면서 없는 이야기를 꾸며낸 거짓말쟁이입니다. 설득하는 글에 솔직함이라는 무기를 써보고 테스트하려고 했는데, 전혀 솔직하지 않았던 거죠. 거짓말을 잔뜩 넣어서 솔직한 척 하는 화자를 만든 거죠. 죄송합니다.

그래도요... 거짓말만 한 건 아닙니다. 저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 하겠다는 것, 그러다가 사라진 뒤에는 후회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걸 아는데도 여전히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 그것들은 정말 진짜입니다. 사실이에요. 이번만은 제발 믿어주세요.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진심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제가 글을 쓰면 쓸수록... 화자만 알았던 무언가를 깨닫는 기분입니다. 제가 쓴 글의 화자에게 제가 설득당한 거죠. 화자의 말이 저에게 와닿은 거죠. 글을 쓰는 어느새, 저는 독자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니, 딱 한번만 시도해보겠습니다. 그래도... 껴안거나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조금 힘드니까, 그냥 인사 한 번만 해보겠습니다. "좋은 아침!", "잘 자!" 이런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한번 해볼테니까, 당신도 한번은 해야 공평합니다! 설마 여기까지 읽어놓고, 저만 시키고 도망갈 생각은 아니시죠? 일단 지금 한번 할게요. 좋은 아침입니다! 잘 자요! 당신은 저의 소중한 독자니까요(저처럼 글로 써서 전해도 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을 때 잠자리에 누운 게 아니면 자면 안되요!). 당신에게도 제가 소중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한테도 해주세요!(제발 저만 부끄럽게 하지 말아주세요...) 마음속으로만 해도 괜찮습니다. 제가 지금 당신 마음속에서 듣고 있으니까요!

자 자. 이제 주변을 둘러볼 시간입니다.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형, 오빠, 누나, 언니, 동생, 남편, 아내, 아들, 딸, 선생님, 친구, 동료, 지인 등 전부 상관 없습니다. 지금 당신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괜찮아요! 그렇게 거창한 것도,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냥 너무나도 사소한 말이에요. "오늘 날씨 참 좋다!" 한 마디면 됩니다.

저도 이렇게 글만 써놓고 정작 당신에게만 시키는 짓은 하지 않을테니까요. 저도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소한 말부터 해볼 테니까요. 그리고 더욱더 많은 추억을 쌓을 테니까요. 저도 이제는 거짓말이 아니라 진심을 전할 테니까요. 그러니까...!

후... 하... 함께 하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