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시간의 만남만큼

공허하고 허무한 것이 있을까?


기다림은 나의 기다림을 알고 있을까?

알지 못하기에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겠지.

만남을 뒤로 하고 또 다시 기다림을 택해야지.

그렇다면 당신은 또 다시 아름다워라.


소낙비와 그곳에 맺힌 당신.

소낙비를 지나칠 수 없는 마음으로

멈춰진 시간이여.

먹구름이 당신을 떠나보내는 것은

기쁜 마음인가 슬픈 마음인가?


습기 가득하게 어둑한 초저녁

의미와 시간이 죽어버린

기다림의 종말.


그쳐버린 소낙비와

다시 소망하는 기다림.

멈출 수 없어라.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그치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흔들리는 깃대가 되어.

사무치게 꽂혀있는 무력함이여.


오 무여.

당신의 무를 깨닫게 해놓고

나를 또 다시 가둬두는 무여.

당신은 어째 그리 슬프고

아름다우신가?


죽지말아라.

영원히 무로 남아서

나를 옭아메어다오.

기쁘게 슬퍼하고 기쁘게 노래할테니.

당신은 그렇게 아름다워라.


혹은 무여.

나와 함께 죽어.

세상이 무를 기억할 수 없도록 해주시고,

당신의 아름다움을 나에게 각인시키고,

바람도, 비도, 별들도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없게 해주십시오.

어둠 속에서 당신이 붉게 빛날 수 없도록.

꽃들 사이에 당신이 끼어있지 않도록.

나에게 와, 나를 죽여주시오.

세상에 축복을 주시오.

나에게 축복을.


디오니소스.

나는 어디까지 사랑해야합니까?

내가 사랑하는 자들을 사랑해야합니까?

그는 무를 모릅니다.

아름다움은 나에게만 보일 뿐입니다.


백지에 쏟아진 피와

갈증으로 머금는 백지.

나에게 쏟아져버린 당신은

내가 쏟아버린 것일까?

처량한 갈증 속에서도 머금을 수 없네.

바람에 흔들려야지.

어떻게든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