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아침이 밝았다. 화장실에서, 나는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안에서 누군가가 나를 째려본다. 못생긴 돼지이다. 대체 어떻게 사람이 저따위로 생길 수가 있지? 게다가 저녀석, 아무래도 이번 시험을 망친 모양이다. 저렇게 생긴 놈은 분명 친구 한명 없겠지. 널 좋아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명도 없겠지. 부모든 가족이든, 전부 널 좋아하는 척만 할 뿐, 속으로는 널 혐오하겠지. 못 생겼어. 뚱뚱해. 멍청해. 대체 누가 너같은 놈을 좋아하겠어?


거울 속의 쓰레기가 날 째려본다. 화가 난 듯하다. 분명 입으로 꺼내지 않았는데,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 처럼 나에게 화를 내고 있다. 자기가 뭐가 화가 난단 말인가? 너 같이 생긴 녀석은 비하를 들었을 때 화날 자격도 없다. 사실이니까. 넌 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쓸쓸히 사라지면 돼. 모두가 너를 싫어한다. 너의 옆에 있고 싶지 않다. 네가 시야에 있는 것조차 거슬린다. 너의 옆자리가 된 학생은 분명 울겠지. 너의 조별 과제 팀원이 된 학생들은 분명 짜증내겠지. 그러니까 너 같은 녀석은 아무도 안 보이는 곳에서 사라져야 해.


"아들~ 빨리 나와서 아침 먹어!"


거울 속의 쓰레기가 화장실에서 문을 연다. 쓰레기에게도 부모가 있는 듯 하다. 거울 속으로 그녀석의 부모가 차린 아침밥을 보았다. 역시 쓰레기의 부모 답게 자식을 혐오하는 마음으로 만든 계란 후라이... 탄 곳 하나 없이 정성 들여서 만들었다. 왜 일까... 왜 저 쓰레기에게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주는 걸까... 저런 못생기고 뚱뚱하고 멍청한 쓰레기에게 왜 정성을 들인 음식을 주는 것일까... 아, 그래. 그런 것이다. 저 쓰레기의 부모는 분명 돈이 목적이겠지. 자기 자식이 돈을 벌어다 줬으면 하는 거겠지. 일하기가 귀찮아서, 놀고 먹고 싶은 거겠지. 그래서 엄청난 고통을 느끼며 쓰레기를 낳고, 아프면 피곤해도 병원에 데려가고, 열심히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서 주는...


아니. 아니다. 그것들은 전부 속으로 혐오하면서, 겉으로만... 그래. 겉으로만 저 쓰레기를 사랑하는 것이다. 분명, 분명... 속으로는 나를, 아니 저 쓰레기를 혐오하겠지. 저렇게 못생기고, 저렇게 뚱뚱하고, 저렇게 멍청한 녀석을 대체 누가 좋아한단 말인가? 하! 속을 줄 알고?


나는 화장실 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갔다. 거울 속 계란 후라이가 현실의 접시 위에 있었다. 먹으면 안된다. 먹으면 더 뚱뚱해진다.


...손이 마음대로 움직인다. 그 요리는 나의 입을 태워 버리겠다는 듯이... 포근한 온기를 유지하며 입속으로 들어갔다.


학교에 갈 시간이다. 나는 책가방을 메고, 마스크를 쓰고 현관문을 열었다. 감기에 걸리진 않았지만.


"아들~ 차 조심해!"


...


뜨거운 태양이 나에게 햇빛을 쏜다. 차가운 바람이 나를 때렸다.


길거리에서, 누군가가 주저 앉아서 잡초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그 사람은 아무래도 미친 게 틀림없다. 잡초에게 예쁘다고? 사랑스럽다고? 이게 무슨 미친 소리인가? 나는 그 사람에게 물었다.


"그 잡초가 어딜 봐서 예쁘다는 겁니까? 그냥... 그냥 잡초인데요?"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다.


'계속 바라보면 보입니다. 이 풀꽃의 아름다움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으로는 알 수 없죠.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말도 안된다. 그럴리가 없다. 거울 속의 쓰레기는 자세히 보면 볼수록 못생긴게 더 잘 보인다. 뚱뚱한게 더 잘 느껴진다. 멍청한 것도 더 잘 알 수 있다.


나는 귀를 막고 달렸다. 그 이상한 녀석에게서 도망쳤다.


나는 계속 학교로 향했다. 언덕 위에서, 어떤 아이를 발견했다.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물뿌리게를 겨우 잡고 이름 모를 이상한 잡초들에게 물을 주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그게 뭔데 거기에 물을 주니?"


"꽃이야."

라고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크게 열렸다.


"잘 봐봐. 이게 어딜 봐서 꽃이야? 꽃은 좀 더 다채롭고, 아름답고, 예쁘단다. 이건 그냥 잡초라고 하는 거야."


"아니야! 꽃이야!"


이상한 고집을 부리며 화를 내는 꼬마를 뒤로하고, 나는 학교로 계속 걸어갔다. 아무래도 저 아이는 조만간 안과에 가야할 듯하다.


학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교실에 들어갔다. 어떤 예쁜 여학생이 내 책상을 물티슈로 닦고 있다. 나를 보자마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기 책상에 앉았다.


 ...


오늘은 자리를 바꾸는 날이다. 선생님이 자리를 랜덤으로 돌렸다. 나온 자리에 맞춰서 책상을 옮겼다. 내 옆자리에는 아까 그 미소녀가 있었다.


"안녕! 옆자리네!"


...내 옆자리가 되었는데, 왜 웃는 것일까.


아무튼 시간이 지났고, 하교 시간이 되었다. 나는 학교를 나갔다.


"야, 찐따. 너 오늘 좀 맞자. 누가 마음대로 내가 쓴 글자 지우래?"


이런 건 늘 있는 일이다. 내가 이런 걸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


어두운 골목. 손거울을 들었다. 그 녀석은 나를 올려다 보았다. 얼굴에 멍이 들었다. 그 녀석은 눈물을 흘렸다. 짜다. 그 녀석의 눈물이 거울을 뚫고 표면에 묻었다. 찌질한 녀석...


집에 갈 시간이다. 몸을 일으켜...


갑자기, 시야가 흐려진다. 몸이 균형을 잃는다. 아, 이렇게 죽는 건가? 이렇게는... 이렇게 끝내기는 싫었는데. 이런 식으로 끝낼 수는 없는데... 뒤로 몸이 기운다. 맑은 하늘이 보인다. 하늘에 새가 날고있다. 멋진 새가 하늘을 날고 있다. 나도 저 새가 되고 싶었는데... 이런 몸으로 말고, 새로 태어나고 싶었는데... 만약 이 생각을 누군가가 듣고 있다면, 부디 다음 생에는...


아니, 그럴리 없지. 나 같은 놈의 생각은 아무도 안 궁금해한다. 내가 죽든 말든, 아무도 신경 안 쓴다. 아무도 나를 구하지 않는다. 이대로 죽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드디어! 아싸!"라고 생각하겠지. 웃음을 터뜨리며, 손가락질을 하고, 춤을 추겠지.


...


누군가가 나를 받쳤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포근하다.


왜일까. 왜 그런 걸까.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걸 왜 받쳐준 걸까. 나처럼 못생기고 뚱뚱하고 멍청한 놈을 왜...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 너 괜찮아?"


그만둬.


"기다려봐... 내가 밴드를 가지고 다니거든."


멈춰.


"멍이 좀 크네..."


그러다 들키면... 너도 나처럼...


"됐다!"


왜...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나에게 뭘 원하는 거야?


"누가 널 또 괴롭히면, 나에게도 알려줘."


내가 죽어도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내가 죽으면 모두가 좋아할 텐데... 아무도 내 걱정을 안해주는데...


"정말... 걱정했잖아."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는데... 모두가 날 싫어하는데...


"잠든 건가? 그럼 조금만 더 안아야지... 헤헤..."


대체... 왜... 난 못생기고, 뚱뚱하고, 멍청한데, 대체 왜... 왜 날 그렇게... 따뜻하게 껴안는 거야?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그냥 심장이 빠르게 뛰는 소리만 들려온다.


"다 알아. 너 사실 자는 척 하는 거지? 그렇게 내 품이 좋아?"


...나는 눈을 떴다.


"아무도 나를 걱정 안 해..."


"네가 걱정돼."


"나는 못생겼어."


"상관 없어."


"나는 뚱뚱해. 멍청해."


"괜찮아."


"모두가 나를 싫어해."


"그럴리가 없잖아. 눈을 뜨고 앞에 있는 사람을 잘 봐 봐."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네가 좋아."


"왜 나를 소중한 것처럼 껴안는 거야?"


"네가 소중하니까."


처음이었다. 거울 속의 그 녀석. 아니, 거울로 본 나의 모습이 이런 얼굴이었던 건.


눈물이 흘렀다. 또다시. 그런데 이번엔 무언가 달랐다. 슬퍼서 운게 아니었다.


...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나를 껴안고 있는 미소녀말이야. 이런 예쁜 사람이 왜 나를 좋아했을까? 나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는 건 말도 안되잖아. 나 같은 사람을 미소녀가 좋아할리가 없잖아. 왜 나에게 반하는 계기가 안 적혀있을까? 왜 그녀는 개연성 없이 날 좋아할까? 왜일까?


...


그래 맞아. 이유는 이미 알고 있잖아. 이건 허구니까.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는 미연시나 소설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지. 네가 방금 본 미소녀는 현실에 없어. 세상 누가 내면만 봐주겠어? 세상 누가 외모를 "상관없어"라고 말하겠어? 뭐, 말이야 할 수 있겠지.


내가 쓴 소설이야. 어때? 잘 썼지? 네가 잘 썼다고 칭찬했다고 믿을게. 이건 과거에 쓰여져서, 네 목소리가 안 닿거든. 


내가 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쓰는 도중에, 어느새 판타지가 되버렸지. 판타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 말이야. 마법이라든가, 드래곤이라든가, 나를 좋아하는 미소녀라든가 말이야.


나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는 현혹되지 말자는 교훈을 주려고 소설를 썼어. 그런데 말이야. 생각을 해봤는데, 이 소설을 쓴 나는 이 소설을 쓸 자격이 없었을지도 몰라. 내가 조금만 더 잘생겼다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을 자주 하거든. 못생겼지만 마음씨가 좋은 이성과, 예쁘지만 성격 나쁜 이성. 둘중 하나를 고르라면, 솔직히 못 고르겠거든.


미안해. 이런 메타픽션은 지겹겠지. 재미있고 감동적인 소설을 읽고 싶었는데, 뜬금없이 김새는 반성문으로 변했잖아. 차라리 이런 말 하지 말고, 그냥 아까 엔딩을 낼 걸 그랬나봐.


궁금한게 하나 있어. 너는 내가 쓴 소설을 읽었잖아. 그리고 여기까지 온 걸 보면 꽤 재미있게 읽었잖아. 소설이 주는 교훈에 감동했잖아. 눈물이 흐를 뻔 했잖아. 맞지? 그리고 이 문장도 읽고 있지. 그러니, 지금 한번 생각해봐. 너는 블로브 피쉬보다 못생겼지만 마음씨가 좋은 이성과, 예쁘고, 잘생기고, 몸매 좋고, 똑똑하고, 학벌 좋고, 돈 많지만 성격이 평범한 이성. 어느 쪽을 고를 거야? 두명이 동시에 안아달라고 하면, 누굴 안을 거야? 한번 인터넷에 블로브 피쉬를 검색해서 어떻게 생겼는지 봐 봐. 한번만 눈을 감고, 1분만 고민해줘. 부탁이니까, 이렇게 빌 테니까, 글을 그냥 넘기지 말고, 제발 생각해줘.


...


...


...


그래. 맞아. 누굴 골랐다고 해도 상관 없어.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어. 고작 소설 하나가 사람의 마음를 바꾸는 건 쉽지 않으니까. 내 필력이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고민하는 척 하지 말고 후자를 선택해도 괜찮아. 지금 당장 이성으로 본능적인 비호감, 호감을 억지로 바꿀 필요 없어. 사실 아까 내가 못 고르겠다고 한 건 과장이야. 나는 너무 빨리 골라버렸어.


하하... 우리 말이야. 웃기지 않아? 사람들이 내 외모, 체중, 몸매, 학벌, 재산 같은 겉모습에 상관없이 날 사랑해주면 좋겠는데, 정작 우리가 겉모습에 굴복해버렸잖아. 너무 이기적이잖아. 너무 욕심쟁이잖아. 자기 분수를 모르잖아. 그놈의 "아름다운 내면"조차 가지고 있지 않잖아. 너무... 쓰레기잖아.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있어.


나는 너의 외모도, 체중도, 몸매도, 학벌도, 재산도 아무것도 몰라. 내가 아는 건 네가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는 거야. 그것 뿐이야. 그것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 그런데도, 난 네가 좋아.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준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 이상하지? 난 너의 겉모습은 하나도 모르는데 말이야. 아무튼,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독자님.


그리고, 너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마지막으로 너에게 하고 싶은 질문이 있어.


지금부터 너의 소중한 사람들을 상상해봐.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상상해봐. 엄마, 아빠, 형제, 자매, 아들, 딸 같은 사람들... 연인, 남편, 아내, 첫사랑, 그때 마음을 전하지 못 했던, 아니면 지금도 못 전하고 있는 짝사랑 같은 사람들을 상상해봐. 그들이 네 앞에 서있다고 상상해봐.


...


자, 질문은 이거야. 만약 어떤 사악한 마법사가 나타나서... 그 사람들을 영원히 블로브 피쉬보다 못생겨지게 바꾸면 어쩔거야? 저주를 영원히 풀 수 없으면 어쩔거야? 그들은 여전히 너에게 소중한 존재야? 그들이 안아달라고 하면 어쩔거야?


...


자, 글은 여기서 진짜 끝이야. 한번 고민해봐. 답은 네가 정하는 거야.


주변을 둘러보라고. 내 이야기는 아까 끝났지만, 네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