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멈춰있던 나는 삶을 끝내가는 너와 진공 포장 된 세상에 둘만 갇힌 것 처럼 시간을 태웠다. 유월이 오지도 않은 초 여름에 반팔을 입고 우리집에 오던, 비가 오면 창문을 다 열고 함께 빗소리를 들으며 태운 시간들은 재가 되어 흩날렸고, 향을 남겼다. 습하고 무거운 공기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었고, 그런 곳에서 숨이 잘 쉬어진다는 나를 보며 너는 나를 어항속에 살고있는 물고기 같다고 했었다. 봄비가 내리는 날에는 너를 만나 함께 차를 우려 마시며 책을 읽었다. 늘 아무거나 마시겠다는 너의 말에 나는 한참을 차를 고르고 우렸다. 마지막으로 너의 모습을 본게 언제였던지, 오뉴월의 어느날 계절에 맞지 않게 더웠던 날이였을텐데 네가 우리집으로 오던 언덕을 찍어 내게 보냈을 때 였을까, 올해 여름을 버텨내는 사람은 분명 남은 시간도 버틸거란, 너의 말을 기억한다. 나는 여름을 버티지 못한 너를 떠나보냈고, 남아서 여름을 지났다. 나는 네가 떠난 봄과 여름 어딘가를 다시 버티고 있다. 이제는 (알수없음)으로 표시되는 너와의 메신져속 대화들, 나는 너를 알수있는데 이제는 네 이름조차 지워진 그 대화방을 몇 번이고 읽었다. 너의 집 근처 시장의 두부가 그렇게 맛있다고, 정확한 위치도 알려주지 않은 그 곳을 찾으려면 나는 몇 번의 두부를 먹게될까, 맛있다던 그 두부를 내가 먹을 수는 있을까, 네가 그곳이라 영원히 알려주지 않을 두부를 내가 찾을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