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널 좋아한다고 말해놓고 공전했던 것 같다.
너무 복잡해 내 손만 바라봤고, 너무 밝아 미간을 찌푸렸다. 너를 바라보는 척만.
서서히 나도 모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무엇을 바라보는지. 바라보는 대상이 아름다운 존재인지, 그렇지 않은 존재인지. 알 수 없이 서로를 너무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수화기 너머 술에 취한 너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잠에 든다. 오직 술에 취해야만.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통화 종료 버튼을 1초라도 더 늦게 누르는 것이었다.
술에 취하지 않은 너에게 항상 무언가를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부끄러워서”였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회피처럼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망설인 기억이.
문 앞에서 문 반대편을 망설이고, 마지막 내뱉는 한마디를 망설였다.
하지만 보통 망설임의 결과에 관해 물어보면 말이 빨라지고 번지르르해지지만 넌 너의 얘기가 아닌 듯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런 너의 망설임을 무시했었다.
누군가, 꽃집 앞, 취향을 고민하던 기억이
누군가, 통화 버튼 앞, 관계의 거리를 재던 기억이
하지만 그런 너 때문에 꽃집, 통화 버튼 앞에서 망설였다.
가끔, 내가 망설이게 하는 질문을 뱉었다.
시선을 천천히 이리저리 옮기며 질문을 이어갔다.
옆에서 시선을 쫓았다. 내게 오는 시선 빼고.
목소리에서 긴장감이 없지만 목소리로 얽힌 언어를 이해하기엔 발이 너무 무거웠다.
그렇게 넌 편안한 목소리로 날 버린다고 말하고 내 주변을 공전했다.
지금은 닿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너의 시선에 내가 보이지 않는 게 내가 너 밖에 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처음, 낯을 가려 진심으로 망설이던 너의 모습이 기억난다.
손만 바라보다, 한 곳을 유심히 바라보던.
해가 우리와 눈높이를 맞출 즈음, 나의 그림자를 늘려 뜨리고 모든 것을 붉게 물들여 현재를 잊고 너와 함께했던 곳에서 발걸음을 멈춰 서서 시선의 방향을 무수히 고민한다.
이 다리 위에서 걸음을 망설이며 너와의 기억을 미화시키기도, 잊어버리기도 하며 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난 그때부터 술에 취하지 않고서 사랑한다는 말을 배설했다.
너도 모르는 넌 망설이고 있는 것 같다.
너의 시선이 나에게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 시선은 왜곡되어 보이지 않고 너무 정직했다.
피하지 못했다.
결국 네가 정이 떨어졌다는 문자와 함께 시선을 한 방향으로 고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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