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각막 속에 16분 남짓 정도의 관념으로 남을 줄 알았겠지만 틀렸다. 너의 이름만이 시제로 남고 육체는 우주를 떠도는 재가 될 거라 예상했겠지만 그 또한 오산이다. 비로소 모든 게 끝났을 거라 생각했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너의 그 모든 유서를, 뱉는 말마다 유언이었던 것들을 나는 온 마음으로 부정한다. 나는 너를 틀리게 할 수 있다. 나는 네가 틀렸노라 말할 수 있다. 너는 네가 맞았다고 설명할 길이 없겠지만 나는 할 수 있다. 너를 제외한 모두에게 설명할 수 있다. 너는 내 뇌하수체 어딘가에 또렷하게 남겨졌다. 네가 존재할 수 있는 곳은 광활한 우주가 아닌 고작 내 손 서너 뼘쯤 되는 내 머리에서부터 내 심장의 거리 그 사이 어딘가를 내 고양이와 함께 돌아다니고 있겠지, 나는 나의 영원이 끝날 때까지 너를 가둔다. 이게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마지막 미움이다. 내가 남았다는 것을 너도 알아야 한다. 네가 그토록 싫어하던 여름마다 너를 꺼내 볼 테다, 매 계절 매 해 너를 셀 수 없이 꺼내 볼 테다. 유난스럽고 무의미한 꿈속에서 너를 계속해서 마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