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버블검 향>


너에게선 멸종된 버블검 향이 불어난다


젖은 걸레 걸어놓은 창틀

반쯤 열린 창문 밖 폭우


그리고

구멍 뚫린 투명한 우산 속 우리


젖은 교복이

살결에 눌러붙을 때


안 들키고 

옆얼굴을 볼 방법이 있을까


문방구 먼지 낀 플라스틱 통 속

네 손끝은 항상 버블검을 가리켰고


손등에 녹아내린 슬러시

입 안에서 불어나는 콜라향


교실 책상 나이테 속

너의 옆얼굴을 오려

서랍 깊숙이 붙여두고 싶다


비가 창문을 두드릴 때마다

너의 이름은 책상 위로 번져가고

나는 그걸 

팔목으로 모아두지


멸종된 향을 간직하고 싶다


젖은 머리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질 때면

나는 자꾸

사라진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


음, 너는 뭐랄까

마치 나를 웃게 하는 간지럼 같아


너는 내게

향기로운 헛것을 불어내곤 했지


시골 가로등 밑

물웅덩이를 맨발로 걸을때면


휘이이—


세상에서 가장 느린 귀신새 울음


넌 그걸 

휘파팜 소리를 내는 새라고 했지

 

너의 입매엔

버블검 향이 번지고


나는 여름을 문 채

입술 끝만 맴돌았지 


네 입 안의 콜라향 버블검

내 손 위의 소다맛 슬러시는 맛이 다르다


너의 눈매 속 얼음 알갱이는


세상에서 제일 느린 슬러시 


깨져가는 알갱이 속

여름의 풍경을 사랑하는 게 우리의 재능이지


아슬히 빗줄기를 머금다 

끝내 터져버리는 버블검


너의 웃음이 비와 함께 번질때면

푸른 슬러시 알갱이가 

복숭아뼈 끝까지 흘러내리는 듯해


네가 모르는 입꼬리 끝에

내 여름을 깊이 묻혀두고 싶다


창틀에 걸렸던 걸레는 마르고

젖은 교복은

이미 오래전 살결색을 잃었다


문방구 플라스틱 통 속엔

더 이상 콜라향 버블검이 없고


귀신새 소리도

휘파람이 되어 흩어진 지 오래다


너의 머리끝 물방울과

우리의 교복 끝 눌러붙은 

콜라향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여름


슬러시와 버블검은

갈비뼈 끝 어딘가

끈적하게 눌러붙은 채

 

아직도

멸종된 향으로 불어온다


———


취미로 쓰고 있는데 편하게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샤워젤과 소다수 시 참고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