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장 2: (하늘의) 평행선 [06:40~13:20]


 “이보시오. 젊은이. 새를 그렇게 함부로 때려죽이는 이유가 뭐요? 이런 몹쓸 짓을 벌이는 게 무슨 이유란 말이오.” 뿔테 안경을 아주 멋있게 쓴, 잘 어울리는 노인이 기척도 없이 다가와서 나를 훈계하는 것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존경스러운 자태를 보이는 노인이었다. 어깨가 약간 구부정한데도 위엄이 엿보였다. 잘 다려진 등산 점퍼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헤진 성경책이 들려 있었다. 목회자라기 보단 성실한 평신도에 훨씬 가까워 보였다.

 “아, 할아버님이 이 새의 주인이시군요. 새의 보호자이신 거군요. 잃어버린 새를 찾으러 나온 겁니다. 맞지요?”

 “이 세상 만물은 그분의 보호를 받고 있소. 모든 생명은 오직 그분의 소유물이란 말이오. 그 때문에 살아있는 생명을 그렇게 함부로 해쳐선 안 되오.”

 “아아. 그분 말입니까. 저도 들어본 적 있습니다. 빛 하나를 이용해 온 우주를 창조하고, 자기 아들을 지상에 보내서 인류의 죄를 대신해 죽게 하셨다는 그분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저도 그분에 대해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의 서사에 대해서 뭔가 큰 모순, 정말로 모순이라 느껴질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는데, 현자님은 이에 대해서 충분히 대답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분의 창조품이라면 죽음도 그분이 만드신 것이겠죠? 이것이 저는 정말로 이상하게 여겨진단 말입니다. 자기 좋으라고 뭔가를 작품으로 세상에 내놓고는 또 그게 어딘가 마음속 한구석에서 흡족하지 않으면, 제 손으로 때려 부서야 직성이 풀리는, 뭔가 너무 제멋대로인 예술가의 행위처럼 느껴진다고 하면 말이 될까요?”

 “요즘 젊은것들이 생각하는 거라곤 정말 얼빠진 것들 뿐이군.” 노인은 탄식하듯이 지팡이를 바닥에 두 번 툭툭 친 후에 말을 이었다. “잘 듣게. 죄와 죽음이란 신의 잘못이 아니야. 창조주께서는 인간이란 존재를 가장 자신의 형상과 닮게 창조했을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셨네. 하지만 신께서 주신 최고의 축복인 지성이란 것을 인간은 잘못 사용했어. 악마의 유혹으로 잘못된 길로 들어간 것일세. 즉 이 세상에 죽음과 죄가 있는 건 신의 잘못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타락해버렸기 때문이라네. 자뇌의 죄와 타락을 신의 탓으로 돌리지 말란 말일세.”

 “오오. 참으로 심오하신 통찰입니다. 하지만 현자님, 저는 그런데도 아직도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그분은 너무나도 완전하시고 성스러우시며, 거룩한 존재로서 그 자체로 무오류이며 선하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로 인해서 저는 참으로 어려운 의문에 휩싸여 있다고 할 수가 있는데, 어떻게 완벽하게 선한 분의 본성에서 악이 창출될 수가 있다는 말입니까? 신이 완벽하게 선하신 분이라서, 정말로 그분이 보시기에 모든 것이 다 좋았다고 할 수 있다면, 신은 그 속에서 악이나 어둠을 가질 수가 없는 분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피조물들은 죄와 죽음의 길을 택했다는 말입니까? 제가 너무나 얼빠진 상상에 빠진 것입니까?”

 “그럼. 얼빠진 생각이지. 그분께서는 악에 물든 것이 아니야. 자기 안의 악과 계속 싸우고 있는 것이야. 우리 사람과 똑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단 말일세. 목사님들도 흔히들 '하늘에 계신 그분도 우리의 고통을 느끼거 슬퍼하신다 하지 않느냐'는 말일세”

 “오오. 오오. 그것은 너무나 놀랍고 충격적인 통찰입니다. - (이 순간 내 안의 야비함은 이 노인 정말 성실한 평신도지 제도적 신학 교육 까지 받은게 아니란 사실에 한번 더 통수를 울렸으며) - 당신은 방금 신의 안에 악이 있다고 하신 것입니다. 당신이 마치 신의 내면에 들어간 것처럼요. 마치 당신께서는 신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들립니다.”

 “이 인간은 정말로 얼빠졌군. 그런 신성모독적인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천벌을 받으려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 세계, 더 정확히는 인류 세계의 타락과 부패도 잠재성의 형태로 이미 내재하여 있는 것입니까? 모든 가능적인 것들이 신안에 내재하였기 그것이 현실태가 되었다고 말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타락에 해당합니까. 그것은 공중보건법의 타락입니까, 식품위생법의 타락입니까?”

“흐으음.” 노인은 생각에 잠겨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꽤나 어려운 질문이군. 내 생각엔 식품위생법 위반에 더 가깝게 여겨지는군.”

“아니. 그것은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나는 정말로 신선한 충격을 느껴서 놀라움을 가득 담아서 물었다.

 “왜냐하면 도살은 불쌍하지만 새 요리는 대부분 아주 맛있기 때문이지. 메추라기 구이나 x치킨을 한번 먹어보시게. 그 맛은 정말로 예술이고, 신이 주신 축복 중에 최상급 중 하나로 느껴질 거란 말일세.”

 “오오. 어르신은 정말로 현자이십니다. 그 고상한 지혜가 식도락의 극치까지 통찰하셨군요.”

 “그럼. 특히 우리 동네 x점 치킨 요리는 정말로 맛있다네. 꼭 한번 드셔보시게. 그렇담 내가 신의 완전성에 대해서 증명하였으니 그만 가도 되겠나?”

 “아닙니다. 어르신. 저의 아둔함이 아직도 어르신의 지혜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어르신은 방금 새 요리를 즐겨 드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담 어르신께서 죽은 새를 식재료 삼아서 먹는 것은 선한 행위를 하신 겁니까? 제가 아무 이유 없이 하늘을 날고 있던 새를 때려죽인 것은 사실이나, 본질적으로 같은 행위라고 여겨집니다. 두 행위의 차이점을 도저히 모르겠단 말입니다. 모든 생명은 그분의 소유물이라면 먹기 위해 때려죽인 것과 우발적으로 죽인 것은 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겁니까?”

 “아니. 이 양반이 갈수록 억지가 심해지는군. 자네는 단지 범주를 착각하고 있는 것일 뿐이야. 거리에서 새를 때려죽이는 것은 공중보건적 타락과 식품 위생적 타락을 모두 저지르는 죄악일세. 하지만 나는 오직 이미 죽은 새만 요리해서 먹기 때문에 그 두 가지 타락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단 말일세.” 그러나, 노인의 표정은 급격히 일그러졌고, 말투는 매우 거칠었다.

 “현자님. 어르신께서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해쳐선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담 식품 위생적 질서와 공중보건적 질서가 허락하는 안에서는 생명 존중 따위는 필요치 않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는 어르신께 반박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매우 강렬하고 새로운 통찰이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이, 이 사람 좀 보게. 이제 제발 나를 그만 내버려두게.”

 “저는 거룩하신 그분께서 만든 세계엔 한치의 폭력과 부패가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께서는 두 가지 예외를 통찰해 내신 겁니다. 이 우주는 식품 안전과 공중보건을 위해선, 폭력을 저지르기도 하며 그로부터 어떤 존재들이 고통받고, 심지어 희생된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죄를 묻지 않는단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저는 구원의 길에서 이탈한 겁니다. 저 자신이 죽은 새이기 때문에, 그 두 가지 쉬운 예외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우주의 본래적 작동 방식인 폭력에 의해서 저가 구타를 당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멍청해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나를 내버려 두게. 누가 들으면 내가 자네를 때려죽였다고 말하는 줄 알겠구만.”

 “어르신. 제가 바로 죽은 새입니다.”

 “이보게. 젊은이…. 나는 자네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네. 저 새랑 나는 무관하단 말일세.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네. 믿어주게.” 노인의 눈가에는 눈물까지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로 무관하네” 노인이 사지를 파르르 심하게 떨어댔기에 금방 내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아, 나는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최대한 차분하게 타이르듯이 말했다.

 “저는 그저 저 자신이 죽은 새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그건 분명히 어르신과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어르신은 그저 치킨을 먹었을 뿐입니다. 메추라기를 먹었을 뿐입니다. 죽은 새가 아닙니다.”

 “아닐세. 나는 죽어가는 새 한 마리도 구제하지 못하면서 자네에게 쓸데없는 훈계를 했네. 죽은 새는 분명히 자네인데, 나는 그걸 메추라기, 치킨 구이라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내 책임을 회피했네. 나란 인간은 그저 닭사체나 뜯어대면서 생명 존중을 입에 올려버렸네. 그러므로 이 세계의 치킨집은 모두 말살되어야 하네. 나는 이제부터 치킨 반대 운동가가 될걸세. 치킨집을 몰아내자. 몰아내자!”

 노인은 지팡이를 짚더니, 그 나이의 신체에서 발휘되는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속력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는데, 내가 지나온 길의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그 모습을 차분히 보고 있노라니, 점점 그것은 내 영혼이 네덜란드에 속박당했던(뭐??) 시절, 그 포위망 속에서 경험했던 하켄(hakken)이라는 클럽 댄스의 동작과 매우 유사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마약단속반이 파티를 기습할 때조차, 내 영혼과 나의 개구리들은 그 격렬한 제자리 뛰기를 반복하면서 도주하였고, 그 리듬안에 두 다리 펄쩍 점프를 추가하기도 하였고, 지금 노인의 도망치는 걸음처럼 독특하게 어긋나는 리듬, 체중을 오른쪽으로 기울였을 때 지면으로 미끄러지는 듯한 그 묘한 휘청거림이 그때의 기억을 정면으로 재현하는 듯한 감각으로 인해, 내 몸은 차츰 현기증에 휩싸여 갔는데, 지면에 완전히 미끄러지기 전에 발을 한 번 더 디뎌 반대 방향으로 튀어 오를 때의 그 리듬의 - 잔재한 내 몸의 - 기억이 현기증의 한 층을 더 두텁게 하는 느낌으로 인해서, 나는 거의 광적인 법열의 기분에 이르렀다. 

 그 순간에 산맥 언저리에서 얇은 선을 두르고 있던 자홍은 완전히 산 아래로 잠겨 버렸고

 모든 것이 어둠 아래서 녹아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나는 거대한 폭소를 – 우하하하하하 –를 내지르며, 리버스(반대로) 하켄의 모습으로 스텝을 밟으면서 비탈길을 미끄러지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세계와 나의 웃음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기에 이르렀다. 그 웃음은 이미 내 안에서 시작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다. 내 이빨과 턱관절은 사정없이 부딪치고 있었다. 딱딱딱딱 거리기고 하고, 이빨 전체를 갈면서 달가닥달가닥거리기도 하는 그 광적인 마찰음들은 나의 구강 구조에서 기초하는 음향의 증폭이란 사실을 눈치채기에 이르니까, 내 안에서는 이 새끼가 아직도 턱이 안 날아갔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과 -(장하다. 장해!)- 이 세계 전체가 나의 웃음을 모방하고 있다는 거대한 진실을 목격하는 것에 대하여 도취를 넘어서는, 설명할 수 없는 도취에 도달하고 있었다. 내가 걸어온 더러운 거리의 곳곳마다 나의 해골화된 잔상들이 비열한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내가 뒤로 달리기를 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쫓아오는 것은 명확한 진실이었다. 그들의 형상은 마치 인도의 신 시바처럼 무한히 변환되는 해골의 아바타를 – 해골, 해골, 또 해골이! – 연상시키게 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오랫동안 인류의 지성을 괴롭혀온 어떤 난제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혀서 거의 광분하기에 이르렀는데, 나는 뛰고 있으나 항상 뒤로 가고 있으므로 거북이는 영원토록 내 앞에 등장할 수가 있다는 의미를 통찰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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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라고 해놓으니까 챗봇까지 독해를 못해내고 어이없는 소리나 지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