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로 간 양치기 어른
서울에 양을 키우는 어른이 있다. 물려받은 일은 아니고 돈이 좀 돼서 시작했다. 서울에 양을 키운다는게 무슨 개소린가 할 수 있지만 이 세계에선 양이 최고다.
양치기 어른은 주머니가 두둑하고 살만하니까
심심했다, 그리고 외로웠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시가 30억인 민들레 아파트 옆 목초지에서 양을 키우고 들판에 누워 담배를 피는 일이 양치기 어른의 전부다. 밥은 맛이 없다. 양을 키운다는건 혼자하는 일이기에 친해질 동료도 없다.
오히려 목초지의 울타리를 견고하게 쌓고 상대방이 넘어오나 안넘어오나 감시하며 불안해 할 뿐이다. 혼자서 먹는 치킨에 맥주가 아주 작고 막혀버리기도 쉬운 숨통이다.
어느날 양치기는 자신도 모르는 척추를 타고온 충동에 의해 입으로 어떤 말을 크게 내뱉게 된다. 늑대.....늑대가 나타났어. 서울에 늑대는 흔하다. 근데 놀랄 만큼 아무도 관심을 안주는게 아닌가? 아파트의 창문은 닫혀있다. 오기가 생긴 양치기는 척추에 올라온 충동에 단전의 힘까지 더해 불이다... 불이야~ 라고 외쳤다. 역시 아파트의 창문은 닫혀있다.
양치기는 들판에 벌러덩 누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기괴할정도로 푸르른 나무를 보며 담배를 피웠다. 양치기: 아... ㅈ같다 그 순간 양치기는 척추에 올라온 충동을 입이 아닌 손으로 옮겼다. 팅~ 구르르르 담배를 풀에다 던져 불을 일으키려 한 것이다. 근데 화재는 쉽게 일어나지 않나 보다. 주머니에 투명한 5백원 짜리 초록색 라이터를 꺼내 풀에 불을 붙였다. 이것조차 풀의 윗부분만 타지 불은 잘 안붙는다. 이젠 벌떡 일어나 마른 낙엽과 나뭇가지 까지 줍게 되었다. 무엇이 그를 일으켜 세웠는지는 모른다. 엄청난 에너지다. 그리고 불을 붙였다.
마른 낙엽과 나뭇가지에 기분좋게 생긴 작은 불이 점점 커져 목초지의 풀들을 조금씩 갉아먹더니 목초지를 마구마구 태웠다. 정신을 차린 양치기는 불이야~ 불이야를 외쳤다. 119에 신고하려 핸드폰을 들었는데, 목초지에서 야동을 너무 본 탓에 핸드폰이 꺼졌다.
양치기: 이런 씨발 보지말 걸 꼴리지도 않는걸 왜 봤지 씨발!
5분 지났나.. 좃됐다고 느꼈을 때 쯤 멀리서 소방차 소리가 들린다. 에용에용에용
누군가 신고를 한거다. 하늘보다 살짝 낮은 곳인 위를 봤다. 그곳엔 아파트 창문을 열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곳은 내가 사는 민들레 아파트다. 불은 꺼졌고 양들은 죽고 목초지에 남은 풀들은 없다. 양치기가 주머니가 두둑해서 다행이지 주머니가 삐쩍 꼴았다면 아주 좃됐을 거다. 내가 왜 이런 멍청한 짓을 했을까? 후회인지 궁금증인지 이해되지 않는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아파트에 걸어가니 민들레 아파트 주민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어쩌다 불이 났데요. 힘드시겠어요. 안됐어요. 그래도 살아서 다행이네요
씁쓸한 표정으로 그러게요라 말하고 양치기는 잠에 들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새 양과 목초지를 구했고 2년 뒤 적자난 돈을 메꾸고 흑자까지 끌어올렸다. 양은 정말 최고다. 의식주 적으로 양치기는 다시 매우 충만해졌다. 난 충만하다 난 충만하다 난 충만하다 양치기어른은 충만삼창 했다. 매우 크게 그런데 그 말을 허공이 집어 삼키는거 아닌가. 말이 어디 한 구석도 가지 못하고 또 크게 뻗지도 못하며 빙빙 돌지도 못하며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에 양치기 어른은 공포감을 느껴 계속 말을 해본다. 허공이 계속 말을 집어삼킨다. 이내 양치기 어른은 문장은 말하지도 못하고 단어만 뱉을 수 있게 된다.
추웅만 추웅만 추웅만 이것도 허공이 먹는다. 자음과 모음만 얘기할 수 있게 된다. 치읏 우 미음 미음 아 니은 혀는 꼬이고 입은 바싹 마르고 얼굴의 근육은 이상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양치기 어른은 그 순간 자신이 딱 한 마디를 매우 자신있고 충만하고 흥분되고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한마디를 깨달았다. 느낌과 행동이 순식간에 합일되어 겉잡을 수 없다. 텅빈 하늘에 보이지 않는 실이, 민들레 아파트에 보이지 않는 실이 있는 듯이 그의 머리 어깨 무릎 발 뒤통수이마근 관자마루근 눈둘레근 위입술올림근 저작근, 흉쇄유돌근 구륜근 삼각근 승모근 대흉근 광배근 상완삼두근상완이두근 전거근 복직근 외복사근 대퇴근 막장근 대퇴직근대둔 근방형회내근 굴곡근지지대총지굴근 총수지굴근 봉공근 대퇴방형근 넓적다리뒤근육 비복근전경골근 비근신전 근지지대 하퇴삼두근 이 외에 수만가지를 움직이게 한다. 나무와 낙엽을 줍게 하고 불을 붙이게 하기 위해 그리고 그는 한 마디를 한다 불이야~
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양치기 어른을 지상이 아닌 어딘가로 데려갔다.
이 일은 뉴스에 보도 되고 민들레 아파트 사람들은 안타까워 했다.
그리고 안타까워한 주민중 한 명은 인덕션에 양고기를 올리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다음 다시 창문을 닫고 30년산 보랏빛 와인을 먹으며 하트시그널 4를 봄과 동시에 인스타 릴스와 dm 연락등을 해결하고 배를 벅벅 긁고 코도 골며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다.
목초지의 새카맣게 타 죽은 양과 목초지의 검은 풀이 말한다.
이 어린 양을 가엾게 여기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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