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겨울이란 혼자 나야하는 것이다.


오후 여섯시, 창틀에 엉겨붙은 진눈깨비를 보며 생각했다.


겨울의 고독에는 왠지모를 아름다움이 있다.


따뜻한 전기장판 위에서


얼굴을 철썩 때리는 듯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메모장을 끄적이다 보면


스스로가 예술가라도 된 기분이다.


노트를 끄적이며 저녁을 보내다 밤이 되어 잠깐 거리를 걷는다.


목적지는 집에서 3분거리 앞 편의점이다.


난 길을 걸을때면 땅을 보고 걷는다


꽁꽁 얼어붙은 1월의 바닥 때문이 아니라,


어릴적부터 가지고 있던 습관이다.


정신사나운 거리보다 단조로운 바닥이 좋다.


걸어가며 차가운 겨울바람을 폐 속 깊이 들이켜본다.


차가운 공기를 들이쉬고 반지하의 케케한 공기를 내보낸다.


흩어지는 입김은 담배연기처럼 느껴져 묘한 고독함을 더한다.


아, 참고로 난 담배는 피지 않는다.


건강을 위해서는 아니고 돈을 아끼기 위해서다.


그렇게 걷다보면 도로 옆에 쌓인 눈덩이들이 보인다.


편의점 삼거리 앞, 눈덩이들은 언제나 여기 앞에 치워져있다.


쌓인 눈덩이들은 대부분 거무스름하다.


그것에 난 이유 모를 위로를 받는다.


아마 동질감인듯 하다.


항상 쌓인 눈 근처에는 발자국이 거의 없다.


사람들은 흰 눈을 밟는것을 좋아하는걸까.


괜히 쌓여있는 거무스름한 눈덩이를 향해 툭 발길질해본다.


차고 나서 쌓인 눈덩이가 눈보다는 얼음에 가깝다는걸 알았다.


몇걸음 걸으니 발가락 아래에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양말조차 신지 않은 발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겨울의 추위는


따금거리면서도 썩 괜찮은 시려움을 전했다.


이 때문인지, 조금 더 걷고싶어 바로 앞의 편의점을 지나쳤다.


두 블럭 앞은 큰 길로 3차선 도로와 


적당히 높은 건물들이 이어져있다.


큰 길에 나오니, 한두명씩 사람이 보인다.


저들도 각자만의 삶을 살아가며, 각자만의 고민을 가진 채로


나와 같은 겨울밤의 거리를 걷는다는것이 


문득 신기하게 느껴진다.


저들의 겨울도 나의 겨울만큼 고독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큰 길에서 벗어나고 싶어졌다.


나는 자그마한 골목길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또, 흰 눈보다는 구석에 치워진 검은 눈덩이같은 사람이다.


다시 편의점을 향해 걸어갔다.


아직 크리스마스 장식용 램프를 때지 않은 건물이 많다.


편의점에 들어오니, 


순간 무엇을 구매하러 왔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아, 연세 우유 생크림빵을 사려 했었지.


크리스마스를 홀로 보내고, 새해도 홀로 보낼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같은 것이다. 


케이크를 사는것은 나에게는 사치다.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지폐 3개를 직원에게 건낸다.


거스름돈 이백원은 시원하게 모금함에 넣었다.


편의점을 나와 다시 집을 향해 걸어가며 


조심스럽게 빵 봉지를 뜯었다.


원래 따뜻한 집에서 천천히 먹으려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빵을 한입 베어물었다.


바깥쪽은 생크림이 덜 들어있어 조금 은은한 단맛이 났다.


빵을 씹으며 거리로 시선을 옮겼다.


누리끼리한 형광등과 유난히 추운 날씨, 


은은한 빵 맛이 의외로 느낌있게 잘 어울렸다.


집으로 가는동안은 더이상 땅을 보고 걷지 않았다.


오늘 괜히 무언가라도 이루어낸 기분이 들었다.


오늘의 밤이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것 같았다.


겨울밤의 거리는 고독하면서도 아름답다.


그래.

자고로 겨울이란, 

혼자 나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