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말을 쉽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네요. 보통 반대로 쓰지 않나요. 저는 단어나 표현의 미묘한 차이에 대해 자주 생각했던 거 같아요. 예를 들면요? 예를 들면... 예민함과 섬세함의 차이라고 해야 될까요. 긍정적으로 보이면 섬세하고 꼼꼼한 사람인데, 나쁘게 보면 예민하고 까칠하다고 하는 것처럼요. 행동이나 말의 판단 기준이 호감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요. 뭔지 알 것 같아요. 알뜰한 사람을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는 거. 되게 정확하네요. 상황에 따라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요? 음... 휴지? 휴지요? 휴지걸이에 휴지를 벽 쪽으로 걸지 않았다고 뭐라 하면 그건 예민한 거지 섬세하게 볼 순 없는 거 같아서요. 경험인가요? 엄마가요. 그걸로 종종 짜증을 내셨어요. 저는 치약도 밑에서부터 짜고, 양말도 뒤집어놓지 않거든요. 입꼬리가 내려갈만하면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대화에 일상이 녹아들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다른 부분은 포개고 닮은 부분은 겹쳤다.
그런 성향의 사람이 어렵기도 해요. 어떤 부분에서요? 온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알아차리니까요. 상처받기도 쉬운 것 같아서요. 반대로 악용하기도 하죠. 나쁜 말들만 쏙쏙 골라서. 어떤 쪽이에요? 막 단어 하나씩 담아 두고 울고 그러진 않고요. 그녀의 웃음소리가 주변의 소음을 뚫고 들어왔다. 그렇게까지 웃을 일이에요? 우는 모습이 상상이 안 돼서요.
늘 다음 단계만을 생각했다. 점심을 먹으며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것과는 다른 결이었다. 이 대화들의 다음은 무엇일까. 잘 그려지지 않았다. 몰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도 되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한편으론 지금 이 시간이 한 계절만에 날아가진 않을까, 머물기로 한 곳에서 나만 뿌리를 내려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뻗어나갔다. 사람은 함께 날지 못하면 상대를 부러뜨리기도 한다.
일어날까요.
잘 쓰시네요
저분 top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