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오래된 기억은 잠깐이면 된다며 나를 두고 떠나가던 어머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보던 것이다.
그곳은 평소 어머니와 자주 가던 대형 쇼핑몰의 주차장이었고, 적당히 따끈한 날씨에 낮잠을 청하기에는 제격이었다. 나는 아날로그시계도 볼 줄 알아야 한다며 아버지가 사주신 내 가는 손목에 비해 터무니없이 큰 손목시계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쏟아지는 졸음에 휩쓸려 잠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한밤중이었고 어머니는 여전히 없었다. 손목시계 속 시침은 3을 가리켰고, 차들이 가득하던 주차장에 이제 차라곤 내가 탄 차와 이유를 알 수 없이 규칙적으로 흔들리는 밴 하나.
고작 6살이던 나는 귀신이 나올 거라는 생각에 쇼핑몰 안에 갇혀 버렸을 것이라 믿었던 어머니를 깨우려 소리를 지르고 창문을 미친 듯이 두들겨 댔다.
언제였을까 기절한 건지 지쳐 잠든 건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동이 터 오르고 있었다. 잠에서 깬 후의 비몽사몽인 감각이 쉽게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아 나는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고 아버지는 해가 차의 지붕에 가려 안 보일 때가 되어서야 경찰들과 함께 오셨다.
그러고는 나를 보자마자 꼭 끌어안아 주셨다. 더운 날씨에도 왠지 추웠던 몸이 조금 풀렸다.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아버지와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이를 꽉 깨물어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아버지의 모습에 더욱이 얘기를 걸 수도 없었다.
이후 어머니가 쇼핑몰 안에서 잠들어 버린 것이 아니라 나와 아버지와 그 외 구차한, 그녀를 옭아매던 것들을 버리고 도망친 것이라는 것을 알아내기에는 길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받아들이기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무엇이 그녀를 이리도 비참한 도망자로 만들어 버렸나. 나는 나에게서 답을 찾아보려 했다.
너무 자주 뽀뽀를 요구했던 나를, 반찬 투정을 했던 나를, 엄마의 옷이 예쁘다며 옷자락을 잡고 늘어졌던 나를 탓했고 어머니를 떠나게 만든 내 탓들은 줄줄이 이어져 심지어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들, 기저귀를 너무 늦게 뗐다거나 키가 너무 작다거나 하는 식으로까지 이어졌다.
아이의 집착은 이제 원하는 장난감을 얻지 못해 토라진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아빠도 날 버릴 거야? 하루는 그렇게 물었다. 꿈인지 아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꽉 쥔 주먹이 눈에 들어왔다. 그게 날 더 불안하게 했다.
이제 난 고아가 되지 않기 위해 더 착해져야 했다. 난 이전에 이미 배운 것인 양 착한 아이 노릇을 완벽히 해냈다. 하지만 내 꿈은 사실 내가 잘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나 보다.
눈이 떠졌다. 이젠 딱 맞는 손목시계 속 시침은 3을 가리켰다. 새벽 3시, 숨이 막혔다. 풀벌레 울음소리도 안 들렸다. 이미 조여오던 숨통은 이제 누가 내 목을 잡고 흔드는 것처럼 어지럽기까지 했다. 새벽이기 때문에 조용할 뿐이야 같은 말은 생각도 못 했다.
아버지의 방으로 가야한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다가 이불에 걸려 넘어졌다. 큰 소리가 났는데 아픈지도 모르겠다.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아빠를 불렀다.
불을 켰을 때 보인 것은 여전히 흔들리는 아버지였다. 열린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매달려 있는 모든 게 흔들거렸다. 지독한 악몽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흔들리는 아빠의 손을 잡았다. 굳은살이 박여 거칠은 손이 너무나 차가웠다. 나는 아버지를 꼭 안아주었다. 눈물은 쉬지 않고 흘렀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