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습니다. 아주 긴 꿈을.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엇을 보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네요.


하늘을 날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있나요?

하늘이 푸른 이유는 태양빛이 대기 속에서 흩어지기 때문이래요.


그러니까 우리가 그 푸르름을 쫓아 더 높이, 더 멀리 날아오를수록… 결국 마주하게 되는 건 끝없는 우주의 암흑뿐일지도 모르죠.


그래서 지금은, 가장 높은 곳까지 닿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적당한 높이에서, 내 눈 가득 그 푸르름을 담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아요.


태양빛이 거둬진 뒤에서야 우리는 우주의 암흑을 마주할 수 있어요. 푸르름은 사라지고, 도시의 가로등이 만들어내는 하얀 빛은 우리의 이정표였던 별무리마저 가려버리죠.


홀로 고고히 빛나던 저 달마저, 때로는 부끄러운 듯 그림자 속에 숨어버려요.

그래서 우리는 이 시간, 잠을 청해요. 내일이면 다시 푸르름이 찾아올 거라고… 그렇게 믿으면서요.


하지만 비라도 내리는 날엔, 그 믿음에 배신당한 것처럼 하루 종일 우울해지기도 해요.

이 비는 언제 그칠까. 푸른 하늘은 언제 다시 찾아올까.


그럴 때면 차라리 비와 친해질래요. 피해야만 한다고 여겼던 것을 온몸으로 맞아버린 해방감 속에서, 다시 조금 걸어볼래요.


그렇다고 비와의 이별을 아쉬워하지는 않을래요. 찾아온 아침하늘을 미워하지도 않을래요.


내 눈에 담았으니까. 스쳐 지나간 푸르름도, 견뎌낸 비도.

그걸로 충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