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알았다




오늘 길을 걷다 문득 알았다.

내가 오늘 별 걱정 없이 건넌 건널목에
신호등이 바뀌자 질서 지키며 지나간
저 흔한 자동차들은 실상
인간을 쉽게 죽일 수 있는 말 보다
훨씬 강한 존재라는 걸.

병원 문 앞에서 두 팔을,
자신의 아기에게 묶인 저 여자가,
공격당하지 않고 있었다.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
칼을 맞을까 봐 두려워해야 했던 날들이
불과 몇 십 년 전이었다.

사람을 심심풀이로 죽여 거짓 된 신에게 제물로 바치고
그 사람의 고기와 피를 가족끼리 나눠 먹던
아즈텍이 예수의 정신적 후예 코르테스에게 멸망한 것이
불과 몇 백 전 전이었다.

내가 길거리에서 살아 돌아와 이 글을 쓰는 자체가,
사람들 사이에 일말의 선의가 흐른다는 증거였다.


[2020.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