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신호등 앞에 서서
신호가 변하기를 기다렸다
비가 쏟아져 내리는
구름에 가려진 하늘
내 손엔 우산이 없다
잠시 생각에 걸렸다
시간이 빨리 흐른걸까
생각해볼 틈도 없이
신호가 변했다
첨벙첨벙 도로 위에
고인 물웅덩이 위를 지나간다
발끝이 젖었다
시야가 방해될 정도로
머리도 다 젖었다
고민하다가 나는 앞머리를
이마가 훤히 보이도록
전부 뒤로 넘겼다
생각에 풀렸다
주머니에서 꺼낸
에어팟 두짝을 양쪽 귀에 끼고
평소 즐겨 듣지 않는 노래를 들으며
노래 소리에 맞춰
하고 싶은대로 춤을 추며
여유로운 걸음으로
비를 맞는 대신
비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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