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한 여자아이를 사랑해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같은 반의 그애를 처음 보았습니다.
동글동글하고 커다란 눈망울과 부드럽게 내려오는 긴 생머리가 순식간에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습니다.
그애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의를 끌기 위해 쓸데없는 말을 뱉기까지 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애가 나에게 무어라 말했는지는 확실히 기억납니다.
"난 너 싫어."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기 가득한 얼굴에 농담처럼 던진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
그때의 나는 어린 마음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는 그애에게 민폐가 될까 두려워 말도 못 붙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
시간이 흘러 2학년이 되었고, 그애와는 다른 반이 되었습니다.
권위적인 담임 선생님 밑에서 체벌을 받는 날이 잦았습니다.
어느 날, 숙제 챙겨오는 것을 깜빡해 1시간동안 교실 밖에서 두 손 들고 서 있었을 때였습니다.
복도 끝에서 그애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애는 나를 보고는,
"거기서 뭐 해?"
라고 물었습니다.
그애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는 것이 부끄러웠고,
벌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이 부끄러웠으며,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부끄러워져서,
말문이 막힌 채 그애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애는 가만히 나를 쳐다보다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온 뒤 유유히 자기네 반으로 사라졌습니다.
-
또 2년이 흘러 4학년이 되던 해, 나는 그애와 마주보고 앉아 있었습니다.
내가 그애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진 후
그애가 직접 내가 있는 반에 찾아와
앞자리 의자에 비스듬히 걸터 앉은 뒤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묻는 것이었습니다.
"너... 나 좋아해?"
2년 만이었습니다.
또다시 하찮은 부끄러움이 머리 끝까지 올라왔습니다.
더군다나 좋아하는 마음을 들킨 것이 자꾸만 생각을 방해했습니다.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나의 대답은,
"아니?"
그애는 잠시 내 눈을 바라보다,
말없이 교실 밖을 나갔습니다.
잠깐의 정적 후,
나는 평생을 후회할 말을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그 후로는 그애와의 교류가 아예 끊어졌습니다.
1년 후 5학년이 되었을 때 같은 반으로 붙었지만,
대화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그애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이 마지막 근황이었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지금의 나에게 남은, 몽글몽글하면서도 아릿한 기억.
많이도 부끄러워했고, 아직도 답답한 구석이 있지만, 특별한 첫사랑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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