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집에 내려가지 않은 것은 가족에 대한 애착의 크기가 작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곳에 저를 붙잡고 있는 파리지옥같은 관성이 있어서입니다.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장소마다 그러한 타성이 있습니다. 

집은 너무 많은 타성과 습관의 무덤입니다. 비맞은 진흙처럼 질퍽대어 장화를 신어도 소용이 없을 정도입니다. 

낭만적이지만 발이 깊숙히 빠지는 곳은 바쁘게 발을 들이고 빼기에는 제가 너무 피곤해집니다. 

방학을 기다리겠습니다. 망자가 무덤 속에서 휴식하듯 낭만 속에 머물다 가겠습니다. 

늪에서조차 빠져나올 수 있을만큼 긴 시간이 주어질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