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저놈 얘길 듣지 않을걸. 아무도 진지하게 안 들어. 저놈 자체가 농담이거든. 생각을 못하는 놈이야. 해본 적도 없고. 쥐뿔도 모르는 게 앞뒤가 콱 막혀서는 아무것도 배우려 들질 않아. 아이라 같은 꼭두각시를 내세워 이용하는 게 공산당 놈들이야. 인간 중에서도 최고로 멍청한 족속." >
<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닫는 순간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나에게 상처받을 수 있고, 이제 내가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아버지가 나를 더 필요로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또 내가 실제로 아버지를 두렵게 할 수도 있고, 심지어 마음만 먹으면 짓뭉갤 수도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뭐랄까. 이런 깨달음은 평상시 효의 관념과 너무 어긋나 애당초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다가온다. >
< 늘 양자로 삼기에 좋은 아이가 되려 했던 나는 아버지를 사랑하면서도 새로운 아버지를 찾으려는 시도에서 오는 죄책감을 피할 수 없었다. 내가 아이라나 다른 누구 앞에서 아버지를 비난하고 값싼 이득을 얻으려 해서가 아니었다. 단지 내게 주어진 자유를 누리는 과정에서 다른 누군가를 얻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내팽개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런 감정이 들었다. 차라리 아버지를 미워했다면 쉬웠을 것이다. >
< 결국 그 아이가 못되고 모멸적인 말을 내뱉은 이유는 딱 하나였어. 본능적 계산에 따라 불쾌하고, 더럽고, 역겹고, 참을 수 없을 만한 말을 내뱉어 아이라가 문을 박차고 나가 다시는 그 집에 들어오지 않게 하려는 것. '개 같은 유대인 년'은 유대인을 욕한 것도, 유대인 어머니를 욕한 것도 아니었어. 바로 아이라의 존재를 욕한 것이었어. >
< 한때 아이라의 생각은 인간의 잔인함이 만들어낸 아픈 상처를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에 온통 쏠려 있었네. 모든 생각이 그리로 흘러들었지. 하지만 이브의 책이 나온 뒤로는 그런 상처를 어떻게 입힐 수 있을까에 몰두했어. 그들은 그의 직업을 빼앗고, 그의 가정생활, 이름, 명성까지 빼앗았어. 그 모든 걸 잃고, 사회적 지위까지 잃은 아이라는 더는 그런 기준에 맞춰 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고 아이언 린을 벗어던졌네. <자유와 용기>를 벗어던지고, 공산당을 벗어던졌지. 심지어 말수도 크게 줄었고, 대신 분노에 찬 저주를 끊임없이 내뱉었어. 이 거한은 채찍을 휘두르고 싶을 때마다 그런 저주를 계속 읊조렸지. 그게 그 잔인한 욕망을 무디게 하는 방법이었네. >
<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 중에서 - 필립 로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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