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정확히 하려고 애쓰지 마, 네이선. 오히려 실수하는 게 훨씬 덜 우스워 보일 거야.” >
< “그래, 난 화를 내고 있소. 난 항상 곤란해져. 입을 다물지 못해서 곤란해져. 트루먼 씨가 국민에게 이 나라는 공산주의자 큰 문제라고 말하면, 국민들은 그 말을 믿는 이 잘나빠진 나라 때문에 정말 화가 나. 인종차별도 불평등도 문제가 안 돼. 공산주의가 문제라고. 사만 명, 육만 명, 십만 명밖에 안 되는 공산주의자가 문제라고. 그들이 인구가 일억 오천만인 이 나라를 전복시킬 거라고. 내가 바본 줄 아오? 이 빌어먹을 나라가 무엇 때문에 망해가고 있는지 얘기해볼까?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노동자에 대한 차별 때문이오. 우리나라를 망치는 건 공산주의자가 아니오. 우리나라는 인간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차별 때문에 저절로 망해가는 거야!” >
< 그런데 어느 방송국이 용기 있게 이걸 방송할까요? 1949년에 어느 광고주가 우드 대장과 그의 위원회에 맞서려 할까요? 어느 누가 후버 사령관과 그의 야만적인 돌격대원들에게 맞서려 할까요? 어느 누가 재향군인회, 가톨릭 참전용사, 해외 참전용사, 미국 애국여성회, 그리고 그 잘나빠진 모든 애국자에게 맞서려 할까요? 그놈들이 이 아이를 빨갱이 새끼라 부르며 이 소중한 작품을 불태우겠다고 위협해도 다들 강 건너 불구경하듯 모른 척할걸요? 말해봐요, 누가 올바른 일이라고 발 벗고 나설까요? 아무도 없어! 표현의 자유 같은 것에는 신경도 안 쓴다고. 내가 군데에 있을 때 콧방귀를 뀌던 놈들과 똑같아. 놈들은 나한테 말도 안 걸었어요. 내가 그 얘기 했나요? 식당에 걸어들어가면, 이백 명 남짓한 놈들이 하나같이 알은체도 안 하고, 말도 안 걸었죠. 내가 주장하는 것, 내가 <스타스 앤드 스트라이프스>에 보낸 글 때문에. 놈들은 2차 대전이 그저 자기들을 괴롭히는 전쟁이라고 생각했죠. 어떤 사람들은 우리 군인이 정의를 위해 싸운다고 생각했겠지만, 천만에, 그놈들은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도대체 뭘 위해 거기에 있는지, 파시즘이 뭐고 히틀러가 누군지 전혀 모르고 신경도 쓰지 않았죠. 그런 놈들한테 흑인의 사회적 문제를 이해시킨다고? 그런 놈들한테 어떻게 자본주의가 노동자계급을 약화시키는지 그 교활한 방식을 이해시킨다고? 우리가 프랑크푸르트에 원자폭탄을 투하할 때 왜 이게파르벤의 공장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지를 이해시킨다고? 나도 교육을 못 받은 무식한 놈이지만, ‘우리 미군’의 무지몽매한 생각에는 정말 구역질이 나요! ‘이 모든 것은 결국 이것입니다.’” 그는 갑자기 내 원고를 읽었다. “‘우리에게 교훈이 필요하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인종, 종교, 민족 집단에 관한 허황된 이야기를 믿는 사람은 얼간이라는 것, 그런 사람은 자기 자신과 가족, 노조와 지역사회, 국가와 민족에게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 학살자 토르케마다의 꼭두각시라는 것입니다.’ >
< 사람들은 흉보고, 또 그러면서 그들을 지켜보는 건 얼마나 짜릿한지. 특히 그 파티의 모든 것이 대단해 보이는 소년에게는, 늦은 귀가가 걱정되긴 했지만, 나는 심술의 쾌감을 가르치는 실피드의 상류층 교육을 거부할 수 없었다. 실피드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젊으면서도 아주 멋지게 반항했고, 세상 물정에 밝으면서도 마치 점쟁이처럼 길고 반짝이는 별난 의상을 걸치고 있었다. 세상 모든 거에 거절당한 사람처럼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반항하는 실피드를 본 후에야 내가 얼마나 길들여졌고 억압되었는지,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알았고, 일단 사회적 두려움의 굴레에서 자아가 풀려나면 얼마나 큰 자유를 누릴 수 있는지 알았다.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녀의 얕잡을 수 없는 존재감은. 내 눈에 비친 실피드는 두려움이 없었고, 남을 위협할 수 있는 적대감을 마음속에 키우는 걸 겁내지 않았다. >
<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 중에서 - 필립 로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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