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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 이카루스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이 살았습니다. 이카루스의 아버지인 다이달로스는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대장장이였습니다. 그래서 다이달로스는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카루스 주위 사람들은 언제나 이카루스에게 말했습니다.
"너도 자라서 꼭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카루스는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싫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카루스는 만들기 보다는 여러 영웅과 신들의 이야기가 훨씬 흥미로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카루스는 자라서 신은 되지 못하더라도 신과 만나고 신의 인정을 받는 영웅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이카루스는 아버지가 있는 작업장으로 갔습니다. 이카루스는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왜 만들기를 하는 건가요?"
"그거야 돈도 벌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지."
"많은 사람들이 저더러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요.“ 그 말을 들은 다이달로스는 만족한 듯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하하하, 너도 슬슬 내년부터는 대장장이 기술을 배우도록 해라."
"싫어요."
"왜?"
"저는 영웅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신들을 만나고 싶어요."
"뭐어라구?"
다이달로스는 우습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신이나 영웅의 이야기들 따위는 그저 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불과하단다. 만약 그 이야기들이 사실이라고 해도 신이 아닌 평범한 아들인 너가 영웅이 될 수는 없겠지."
"아니요, 사람의 아들이면서도 영웅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오디세우스도 있고 그리고..."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 해라. 아무튼 너를 내년부터 기술학교에 보낼 생각이니까 그런 줄 알거라."
"아버지 저는..."
깡! 깡! 깡!
다이달로스가 귀찮다는 듯이 등을 돌리고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카루스는 방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이카루스는 새해부터 기술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의 선생님들도 이카루스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아버지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때마다 이카루스는 입을 꼭 다물고 마음속으로 소리쳤습니다.
'저는 다이달로스의 아들이 아니라 이카루스입니다! 저는 영웅이 되고 싶다구요!'
그러던 어느 날 다이달로스가 왕의 노여움을 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왕은 다이달로스와 아들인 이카루스를 미로로 된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이카루스는 좌절했습니다. 그동안 원하지 않는 학교에 들어가서 원하지 않는 공부만 하다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죽게 된 것 같아서 아주 허무해졌습니다. 이카루스는 울면서 말했습니다.
"아버지, 저는 빛나는 태양처럼 찬란하게 타오르는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무도 저를, 제 자신을 알아보거나 인정해주려 하지 않았어요. 아버지나 다른 사람들이 저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는 걸 내버려두고 가만히 있었던 제 자신이 후회스럽네요. 결국 저는 태양은 커녕 이런 어둡고 꽉 막힌 곳에서 죽게 되었어요."
"지금 이렇게 된 걸 내 탓을 하는 거냐? 멍청하구나, 나는 그 누구보다 성공적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돈도 많이 벌었고 온 세상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존경하는 걸 너도 알지 않느냐?"
"아버지의 돈은 모두 왕에게 빼앗겼고, 죄인이 된 이상 이제 아무도 아버지를 이전처럼 존경하지 않을 거에요."
"그렇다면 잘못된 건 내가 아니라 왕이나 멍청한 사람들인거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여기서 나갈 궁리나 좀 해 보거라."
"아마도 신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여기서 나갈 수 있겠지요."
"하늘을 날아..." 이카루스의 말을 들은 다이달로스는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그것을 실현시킬 방법을 찾았습니다. 감옥에 떨어져 있는 새들의 깃털을 모으고 양초의 밀랍을 발라서 날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며 다이달로스는 이카루스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우린 여기서 나갈 수가 있다. 그렇지만 너무 낮게 날거나 너무 높게 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무엇 때문에요?"
"너무 낮게 날면 날개에 바닷물의 습기가 차서 떨어져 죽을 테고, 너무 높이 날면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 떨어져 죽게 된다. 너는 내 뒤만 쫓아오면 된다."
마침내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는 날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동안을 날다가 이카루스가 말했습니다.
"아버지, 사람은 언젠가는 결국 죽습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다면 사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바닷바람이 심해서인지 그 말은 다이달로스에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말을 마친 이카루스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구름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신들을 상상했습니다. 신들을 보기 위해 이카루스는 아버지 곁을 떠나 더 높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이 스르르 걷히고 태양이 나타나 이카루스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습니다. 이카루스는 뜨겁고 눈부신 태양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태양 속에서 태양처럼 눈부신 금발에 한 손에는 리라(lyra)를 든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남자는 이카루스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내 손을 잡을 수 있겠느냐."
이카루스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의 날개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미 날개의 밀랍이 많이 녹아 깃털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떨어지는 깃털들 사이로 저 아래에서 자신을 향해 무어라 소리치고 있는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보였습니다. 이카루스는 고개를 들고 힘껏 날아올랐습니다. 온 힘을 다해 날아올라 겨우겨우 남자의 손을 잡고 탈진한 나머지 잠시 정신을 잃었습니다.
"눈을 떠 보거라."
남자의 따뜻한 목소리에 이카루스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아래를 보니 날개가 다 녹아 없어져 눈을 감은 채로 떨어지고 있는 이카루스 자기 자신이 보였습니다. 남자의 곁에서 자기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이카루스의 등에는 밀랍 날개가 아닌 진짜 날개가 돋아 있었습니다.
원래 있던 이야기에서 더하고 빼기 한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