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브는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법을 전혀 몰랐어. 말다툼이나 논쟁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지. 하지만 사람은 저마다 매일같이 반대하고 저항해야 해. 아이라 같을 필요는 없지만, 하루하루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야 하네. 그런데 이브는 모든 갈등을 공격으로 인지했기 때문에 공습경보가 울리면 이성이 끼어들 틈이 없었어. 일 초 동안 악의와 분노를 분출했다가 금방 백기를 들고 항복했다네. 겉으로는 우아하고 상냥했지만, 모든 것에 혼란스러워했어. 인생에 치이고, 딸에게 치이고, 자기 자신에게 치이고, 자신의 불안정함과 시시각각 찾아오는 모든 불안에 치여 망가진 여자였어. 한데 그 여자한테 아이라가 반한 거야. >
< 싸움을 선택해야 할 경우. 그걸 못했어. 모든 것과 싸워댔지. 모든 전선에서 시도 때도 없이 모든 사람, 모든 것과 싸움을 벌였다네. 그 시절에는 아이라처럼 성난 유대인이 수두룩했어. 성난 유대인이 미국 전역에서 이런저런 싸움을 벌였지. 미국에 사는 유대인의 특권 중 하나가 아이라처럼 모든 것에 화를 낼 수 있다는 거였네. 남들의 신념에 싸움을 걸고, 모욕이 날아오면 반드시 앙갚음을 했지. 어깨를 으쓱하고 넘어가거나 양보할 필요가 없었네. 어떤 문제든 참고 넘어갈 필요가 없었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미국인이 되는 건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 그냥 밖으로 나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면 됐으니까. 그게 미국이 유대인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네. 유대인에게 분노를 준 거야. 특히 우리 세대, 아이라와 내 세대에. 특히 전후에 말일세. 전쟁을 끝내고 돌아왔지만 미국은 유대인 주지사 하나 없는 정말 엿같은 곳이었어. 할리우드의 성난 유대인, 의류업계의 성난 유대인, 법정의 성난 유대인 변호사, 어딜 가나 성난 유대인이 들끓었네. 빵집 앞에 늘어선 줄, 야구장, 축구장 할 것 없었지. 공산당 내에도 성난 유대인이 바글거렸어. 언제라도 치고받고 싸울 수 있는 놈들. 여차하면 주먹을 날리는 놈들. 미국은 성난 유대인의 천국이었네. 몸을 사리는 유대인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으면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지.
내가 속한 노조. 그건 교사노조가 아니었다네. 성난 유대인 노조였지. 그들이 조직했어. 그들의 슬로건이 뭐였는지 아나? ‘당신보다 더 분노한다’였네. >
< 아마 죄책감 때문이었을 거야. 동화처럼 순진한 소망에 사로잡힌 것에, 매 순간 자신의 실패를 생각나게 하지 않는 딸을 갖고 싶다는 소망에 죄책감을 느꼈을 거야. >
< 상황이 거의 절망적이란 걸 아이라가 깨달았다면, 바로 그날 밤이었을 거야. 아이라는 모녀가 완전히 구제불능이란 걸 확실히 알았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녀를 갈라놓는 것보다 차라리 미국을 공산국가로 만드는 게, 뉴욕 월 스트리트에서 프롤레타리아혁명을 일으키는 게 더 쉬워 보였지. 그래, 아이라가 나왔어야 했어.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 왜였을까? 네이선, 나도 결국 그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다네. 인간은 왜 비극적인 실수를 저지르는지 사람들한테 물어보게. 아무도 대답 못할 거야. >
<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 중에서 - 필립 로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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