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내가 정치행동에 나서는지 아니? 그게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꼭 해야 하기 때문에 행동에 나서는 거야.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
< 즐거운 대화에 몰입한 두 사람의 모습에(특히 그들의 코앞에서 아름다운 동물 한 마리가 아름다운 겉모습을 제거당하는 가운데) 왠지 마음이 끌렸던 나는 나중에 아이라다운 감정에 휩쓸리거나 격양되지 않고 대화를 주고받는 이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춰져 있던 진짜 아이라가 아닐까, 광포하고 급진적인 아이라는 링컨 연기나 멧돼지의 혀처럼 무언가를 흉내내고 연기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라가 호러스 빅스턴에게 보인 존경과 애정은 소년인 내가 봐도 소박한 사람들과 소박한 만족이 만들어낸 저런 소박한 세계에 아이라가 말을 들었다면 그의 뜨거운 격정, 사회의 맹공격에 대항하는 모든 자질(또는 부족한 자질)이 개조되고 심지어 순화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였다. 아이라에게 프랭크처럼 손재주가 뛰어난 자랑스러운 아들이 있었다면, 다람쥐를 덫으로 잡고 요리할 줄 아는 아내가 있었다면, 그가 그런 구체적인 일들을 자기 손으로 직접 하고, 스스로 사과술을 담그고 스스로 고기를 훈제하고, 오버올에 카키색 작업모를 쓰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면…… 아니,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호러스의 삶이 그랬듯 거대한 적이 없는 상황이었다면 인생은 지금보다 한층 더 견디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
< 하지만 내 복잡한 면이 그를 조롱했다면, 그는 단순한 면으로 나를 조롱했다. 나는 모든 것을 모험으로 받아들이면서 항상 변화하기를 바랐던 반면, 브라우니는 그저 삶의 무게를 의식하며 살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만 할 수 있게 하는 속박에 길들여져 있었다. 그의 갈망은 징크타운에서 싹트고 무르익은 게 전부였다. 그는 징크타운의 다른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 생각하고 싶어했다. 그는 삶이 똑같이 반복되길 원했고, 나는 그 사슬을 깨뜨리고 싶었다. 나는 내가 브라우니와 다른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변종처럼 느껴졌다. 그런 느낌은 생전 처음이었지만, 마지막은 아니었다. 탈출하고 싶은 열망이 내 인생에서 사라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브라우니처럼 산다는 건 어떤 걸까? 혹시 그런 삶이 ‘민중’의 매력을 만들어내는 원천은 아닐까? 그들처럼 산다는 건 어떤 걸까? >
< “난 남자들이 다투는 걸 평생 봐왔어. 남자는 자신들이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을 놓고 모자랐네, 지나쳤네 하며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해. 만약 그들이 치고받고 싸우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게 아니라면 끼어들지 말아야 해. 이미 흥분해 있는데 끼어드는 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란다.” >
< “끼어들지 않는 게 상책이야. 체면 때문에라도, 주변에서 말리지 않아도 두 사람이 진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게 놔둬야 해. 그밖에 자기방어를 하도록 놔둘 필요도 있고, 또 말려봤자 더 악화되거든.” >
< 그의 얼굴에 격노한 표정이 일렁였다. 원초적 분노, 그것은 공포와 더불어 원시적인 힘의 하나였다. 그의 모든 존재 혹은 그의 모든 부재가 그 표정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생각했다. 그가 감옥에 갇히지 않은 건 운이 좋아서야. 그건 이 년 동안 자신의 고귀한 영웅을 숭배하고 따랐던 소년에게 놀라울 정도로 갑자기, 자연스럽게 찾아든 결론이었고, 그에게 더는 열광하지 않게 된 뒤 어렵지 않게 도달한 결론이었고, 사십팔 년 뒤 머리 린골드 선생님이 다시금 확인시켜준 결론이었다.
이브가 페닝턴 흉내로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났다면, 아이라는 완력으로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
<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 중에서 - 필립 로스 (문학동네)
내 자그마한 소원은 오후두시 분이 녀자이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