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이라는 것은 참 무섭다. 마약중독, 섹스중독, 도박중독...A는 자신이 섹스중독에 걸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성에 심한 집착을 보일 뿐이고, 방랑한 유랑과 일상을 즐길 뿐이다. 그렇게 말같지도 않은 생각을 하며 허리를 리드미컬하게 돌리는 A의 모습은 초식동물을 포식하는 포악한 짐승의 모습이다.

 A는 섹스를 할 때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다.
너는 네 아비를 무척이나 닮았구나, 라고 말한 자신의 조부를.-외형을 말한 것인지, 성격 같은 것을 말한지는 짐작가지 않는다.-
창녀와 정분이 나버려 자신을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며 떠났던 증오하는 아버지를. A는 증오하던 아버지가 떠올라 허리를 강하게 움직인다.

 자신의 아버지가 창녀를 좋아했듯이, 자신도 창녀와 섹스를 한다는 것... 증오의 대상이였던 아버지가 했던 짓을 반복하고 있다. 부정하려 했지만 맞는 사실이다. A는 구슬땀을 흘리는 와중에도 이 핏줄의 기막힌 우연과 오묘함이라도 있는 듯한 생각에 헛웃음이 튀어나온다.


 응응, 하고 작은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우는 소리가 A를 흥분시킨다. 소리를 내는 이는 여자이다. 물론 창녀이다. 그의 밑에 누워있는 여자는 A의 단골이다.이 여자는 특별한 외모도, 숙련된 테크닉도, 매력도 몸매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A가 이 창녀를 선택한 이유에는 나름 자부심을가진다.

 왼쪽 눈 옆에 작게 나있는 점 2개. 그리고 눈 밑에 2cm 정도 되는 직선으로 그어져 있는 흉터. A는 이 특징을 30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를 않고있다.
그녀는 7살 때, 그가 좋아했던 여자이다. 그의 첫사랑이다. 실수로 연필로 그어버려 무시와 질시를 보냈던 그녀이다. 그가 선망하고 사랑했고, 무한한 죄책감을 느꼈던 첫사랑이 옅은 신음을 흘리며 그에게 정복 되고있다.

 아아, 묘한 흥분감.

A는 분명 정복감에 취해 있다. 이건 그가 꿈꾸던 것이다. 커서도 그녀를 잊지 못해 어린 얼굴로 기억에 남겨진 그녀에게 몹쓸 짓을 했던 기억이 현실로 발현되고 있다. 가끔씩 그녀가 앙앙, 하고 옅은 신음을 내지를때마다 A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다른 양상의 두 가지 감정이 충돌한다. 물론 그 종류는 퍽이나 다르다. 자신의 아름답던 첫사랑의 추억을 배덕으로 더럽혀 피안의 저 너머로 보내버린 죄책감 이라는 감정, 남자의 본능에 따라 여자를 정복하고 흥분과 고취감의 빠진 쾌락 이라는 감정. A는 이 감정이 어떠한 이유로 생겨났는지 궁금하지가 않다.

 다만, A는 생각에 빠져있으면서도 역시 이 여자는 맘에든다. 하고 낮은 신음을 뱉으며 그녀에게 진한 입맞춤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