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카이사르 같은 황제들이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이것저것 해봤다는 걸 알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중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개를 기른다. 그 개는 문학계의 쓰레기 같은 존재다. 만일 남보다 우월한 사람이 있거나 심지어 위대한 사람이 있으면, 그 개가 달려들어 곧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개는 그의 코트 자락을 물고 찢으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버릇없는 행동을 하고, 대중이 지루해져서 그만해도 된다고 말할 때까지 계속 설쳐댄다. 이는 대중이 어떻게 평준화되는지 설명하는 나의 예다. 능력 면에서 그들보다 낫고 우월한 사람은 거친 대접을 받고, 그 개는 대중조차 경멸하는 개로 남는다…… 대중은 회개하지 않는다. 사실 그들은 누구를 비하하려는 게 아니라 잠깐의 즐거움을 원하는 것뿐이다.” >

 

 

 

< 어떤 사람이 처음으로 교육을 받아 머릿속에 책으로 무장한 병기가고 되면, 젊고 건방진 그가 지구상에 감춰진 모든 지식을 발견하겠다며 즐거워 날뛰게 되면, 그는 새로 부상하는 진실의 중요성을 과대포장하고 그 밖의 모든 것은 업신여기는 경향을 보인다. >

 

 

 

< “정치는 고도의 일반화이고, 문학은 고도의 특수화야. 둘은 서로 역관계일 뿐 아니라 적대관계다. 정치에 있어 문학은 퇴폐적이고, 나약하고, 부적절하고, 지루하고, 비뚤어지고, 우둔하고, 무의미하고, 존재 가치가 없는 거야. ? 특수화하려는 충동이 문학이기 때문이지. 네가 예술가라면 뉘앙스를 포기할 수 있겠어? 네가 정치가라면 뉘앙스를 허용할 수 있겠어? 네가 예술가라면 뉘앙스는 너의 과제야. 너의 과제는 단순화가 아니라고. 네가 아무리 단순하게 헤밍웨이풍으로 쓰겠다고 작정해도 너의 과제는 뉘앙스를 전하는 거다. 복잡하게 얽힌 걸 명료하게 하고 모순을 수용하는 것. 모순을 지우고 모순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 모순 안에 놓여 있는 고통받는 인간을 보는 것이야. 혼돈을 허용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것. 반드시 그걸 받아들여야 해. 그렇지 않으면 선전이 돼버려. 정당을 위한 게, 정치운동을 위한 게 아니라면 인생 자체를 위한 멍청한 선전이 되겠지. 선전하고 싶은 인생이 있다면 말이지만. 러시아혁명이 일어나고 처음 오륙 년 동안 혁명가들은 자유연애를 외쳤어. ‘자유연애의 시대가 올 것이다!’ 하지만 권력을 잡고 나자 그들은 자유연애를 허용하지 않았어. 왜 그랬을까? 자유연애는 혼돈이기 때문이야. 그들은 혼돈을 원하지 않았어. 그들이 위대한 혁명을 일으킨 건 그것 때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원한 건 신중한 규제, 조직, 억제, 과학적 예측 같은 것이었어. 자유연애는 조직화사업을 방해하고, 사회, 정치, 문화 제도를 교란시키지. 예술도 조직화를 방해하고, 문학도 조직화를 방해해. 노골적으로 찬성하거나 반대해서가 아냐. 심지어 부지불식간에 찬성하거나 반대해서도 아니지. 그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조직화에 방해가 되는 거야. 특수한 것의 본질은 특수하다는 거고, 특수성의 본질은 규범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거다. 고통을 일반화하는 것, 그게 공산주의를 정당화하려고 글을 쓰면 안 돼.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려고 글을 써서도 안 되고. 어느 쪽에든 발을 들이면 안 돼. 네가 작가라면, 어느 쪽하고도 손을 잡지 말아야 해. 그래, 차이점이 거야. 물론 네가 보기엔 이 개소리가 저 개소리보다 조금 낫거나, 저 개소리가 이 개소리보다 조금 낫겠지. 어쩌면 많이 나을 수도 있고. 그래봤자 다 개소리야. 넌 정부의 일꾼이 아냐. 투사도 아냐. 맹목적인 추종자도 아니고. 넌 이 세계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주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사람이야. 정치투사는 세계를 변화시킬 신념을, 강한 믿음을 소개하고, 예술가는 이 세계에 들어설 자리가 없는 창작물을 소개하지. 그 창작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예술가는, 진지한 작가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걸 소개하는 거야. 신이 칠 일 동안 새와 강과 인간 등 모든 걸 만들 때, 문학에는 십 분도 할애하지 않았어. ‘이제 하느님이 가라사대 문학이 있으라 하시매, 어떤 사람들은 문학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문학에 빠져 글을 쓰고자 하고……천만의 말씀, 신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 그때 누가 신에게 배관공이 있을까요?’ 하고 물어봤다면 이랬겠지. ‘그래, 있을 거다. 집이 있으니까 사람들은 배관공이 필요할 거다.’ ‘문학은요?’ ‘문학이라고? 무슨 얘기냐? 문학이 무슨 쓸모가 있지? 그걸 어디다 쓰게? 정신 차려라, 난 대학(university)이 아니라 우주(universe)를 창조하는 중이야. 문학은 낄 데가 없다고.’” >

 

 

 

 

 

<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 중에서 - 필립 로스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