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이렇게 대중의 비난과 욕설에 시달리는데, 내가 거기에 동참하고 싶었겠는가? 그건 눈곱만큼도 즐거운 일이 아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

 

 

 

< 어쩌면 이브는 아이라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그래서 아이라를 잃을까 두려워했는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그녀의 연기는 전혀 사랑 같은 인상을 풍기지 않았어. 이브는 사랑의 망토, 사랑의 환상을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너무 약하고 상처를 잘 받아서 쉽게 원망에 사로잡혔지. 그녀는 모든 것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사리에 맞고 요령 있는 사랑을 베풀 줄 몰랐어. 단지 만화처럼 우스꽝스러운 사랑밖에는 주지 못한 거야. >

 

 

 

< 당시 아이라의 몰락은 이미 시작된 상태였어. 내가 몰랐을 뿐이지. 실은 녀석도 몰랐고. 아이라는 자기가 신중하다고 생각했지. 문제가 생겨도 잘 넘어갈 거라고. 하지만 통증은 죽을 만큼 심하고 사기는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그저 간신히 버티기 위한 결정을 내릴 뿐이었다네. 아이라는 그녀에게 맞춰주면 마찰을 줄일 수 있고, 블랙리스트에 올라가지 않도록 그녀가 보호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이제는 자신의 격한 성질 때문에 그녀를 잃을까 걱정이 들었지. 그래서 자신의 정치적 안전을 지키려고 이브가 퍼부어대는 모든 비현실적인 말을 참고 들어주기 시작했어.

두려움. 그 시절에는 극심한 두려움과 불신이 팽배했고, 폭로에 대한 불안, 목숨과 생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긴장감이 만연했다네. 아이라는 이브 곁에 있으면 보호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 걸까? 아마 아닐 거야. 하지만 그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었겠나? >

 

 

 

< 최소한 그녀가 없으면 위기에 빠졌을 때 쓸데없이 거치적거리는 사람 때문에 고민할 일은 없겠지. >

 

 

 

< ‘그렇지 않소. 냉소적으로 이용하는 거, 기생충같이 빌붙는 거, 그건 정말 모욕적인 거요. 난 그 자체가 싫소. 아이라가 그걸 잘해낼 수 없기 때문에 싫소. 아이라는 솔직하고, 충동적이고, 직설적이오. 성미가 급하다고. 그런 건 못할 거요. 그래서 아이라가 그 집에 붙어 있는 이유를 알게 되면, 아마 그녀는 사태를 훨씬 더 비참하고 복잡하게 만들 거요. 그녀가 직접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소. 누가 대신 해줄 테니까. 그녀의 친구, 그랜트 부부가 해주겠지. 이미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오. 아이라, 거기로 돌아가면 그녀와 잘 지내기 위해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애완견이 되어야 할 거야. 아이라, 그걸 할 수 있겠냐? 네가?’ ‘아이라는 신중해서 잘해낼 거예요.’ 도리스가 말했네. ‘아이라는 절대 신중하지 못할 거고 자신의 방식대로 할 거요.’ 내가 말했지. ‘아이라는 절대 신중하지 못할 거요. >

 

 

 

 

 

 

 

 

 

 

<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 중에서 - 필립 로스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