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도 그녀가 자신의 위선을 포기하는 건 고사하고 인정하더라도 하게 만드는 데 실패한 것 같았어. 여전하더군. 미국을 지배하는 청렴한 권력자의 굳은 의지, 어떻게든 옳은 일을 행하겠다는 엄숙한 표정. 거기서 그녀가 우리의 또다른 위대한 도덕적 횃불 돌 상원의원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나오더군. 그 모습을 보니, 자신의 모든 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오만한 생각을 한 치도 포기하지 않은 것 같더군. 여전히 무언의 반성 따윈 안중에도 없고, 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감시하는 정의로운 감시견 같았지. 뉘우침도 없었어. 신처럼 완전무결하게 그 터무니없는 자아상을 뻔뻔스럽게 과시하더군. 자네도 알다시피 우둔함에는 약이 없는 법이야. 그 여자는 도덕적 야망의 화신이었고, 그로 인해 유해성과 어리석음의 화신이었지. >
< 우리는 가십을 믿노라. 가십이 곧 복음이고 국교가 됐지. 매카시즘은 결코 진지한 정치의 출발점이 아니라, 대중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진지한 모든 것을 오락거리로 만드는 행위의 출발점이었네. 지금은 도처에 만연한 미국인의 몰지각함을 전후에 처음으로 활짝 꽃피운 게 매카시즘이었어.
매카시는 빨갱이 색출에 직접 나서지 않았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몰랐지만, 그는 알고 있었어. 매카시가 애국심을 앞세워 이끈 여론 조작 재판은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했네. 카메라를 비추면 바로 현실 같은 거짓된 진실을 보여주지. 매카시는 입법을 업으로 삼는 자들이 연기를 하면 훨씬 유리하다는 걸 앞선 어느 정치인보다 잘 알았다네. 또 굴욕이 오락으로 가치가 있다는 걸 이해했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에게 과대망상의 쾌락을 제공할 수 있는지도 잘 알았어. 그놈은 우리를 이 나라의 출발점으로, 죄수에게 차꼬를 채우던 17세기로 데려갔어. 이 나라는 그렇게 시작했지. 도덕적으로 망신을 주는 게 대중의 오락이었어. 매카시는 흥행주였던 셈이지. 볼거리가 난폭할수록, 비난이 격렬해질수록 방향감각은 사라지고 재미는 만발하거든. >
< 평생 순수함밖에 모르는 투사에게 누가 감히 순수함의 파탄을 설명할 수 있겠나? 살면서 단 한 번도 오데이는 이 사람에겐 이런 사람이, 저 사람에겐 저런 사람이, 또다른 사람에겐 또다른 사람이 되어본 적이 없었어. 그에겐 모든 인간에게 있는 흔들림이란 게 없었지. 그 이념가가 다른 사람보다 더 순수했던 건, 모든 사람에게 한결같은 이념가였기 때문이야. >
<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 중에서 - 필립 로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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