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까만 하늘 아래,

우리의 눈을 멀게 하는 도심 속 불빛들이

그늘 진 하늘 위의 별들을 집어삼켰다

오늘 밤, 나의 마음에도 짐승같은 초승달이 떠올랐다

나는 잠시 눈이 멀어 너를 더듬는다

나는 너의 짙은 화장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무겁게 달고 다니는 그림자는

이 시꺼먼 밤 속에 묻혀있다

나는 어두워, 잠시 길을 잃은 것이다

내 징그러운 초승달이 눈을 감고, 다시 해가 뜰 때까지

나는 너를 가로등 삼아서 벌레같이 부딪히며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