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는 교육을 받는 동안 원이 언급했던 질병에 대한 적절한 혐오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 것도 같았다. 환자의 질병에 대해서 스스로 어떠한 개입도 허용하지 않는 것. 적절한 혐오감이란 바로 그것이 아닐까. 두려움이나 꺼림 등 부정적인 감정은 물론 동정 따위의 감정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것. >

- < 질병통제(疾病統制) > 발췌.

 

 

 

 

< 소설집에 묶을 소설들을 정리한 즈음 경건을 생각했다. 경건을 이르기를 끊임없이 연습하고 싶었다. 내가 이 순간에도 쓰고 있고 앞으로도 써야만 하는 소설들이 경건의 기운으로 가득하기를.

그런데 경건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말이 지나치게 없으면서도 말이 지나치게 많다.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하는 것도 지나치게 말이 많은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 자신이 지극히 평범하다는 생각을 하며 안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또 어느 순간은 내가 소설을 쓰려고 하는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이 독()을 품고 있음을 깨닫고 치를 떨기도 한다. 소설을 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별다르지 않다는, 별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문장을 주문처럼 외우며 살았던 시간들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그 문장을 외우지 않게 되었다.

내 안의 독을 발견하고 자신이 별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 순간마다 묵묵히 견뎌야 할 것이다. 그래 그러기로 하자. 견디기로 하자.

독이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이 아닌 내가 써내는 소설들에게만 그 기운을 드러내기를 바랄 뿐이다. 종국에는 내가 써내는 소설이 그 독의 기운을 이겨, 뜨거운 모래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빛나기를.

허다한 눈물을, 그보다 허다한 미혹을, 그보다 허다한 말을 줄여야 한다. >

 

 

- 작가의 말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