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유치원때에는 아인슈타인 우유를 먹고, 초등학교땐 서울우유,  중학교때에는

부산우유, 고등학교에 가서야 비로소 현실을 깨닫고 저지방우유를 먹는다' 라

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에게는 웃지못할, 그리고 의외로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들 대부분 에게도 해당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물론 나도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꿰뚫는 이 격언아닌 격언의 영향을 전혀 벗

어나진 못하여서, 돌아가시기 전 할머니가 나에게 자주 말씀하시던 예언대로

우리나라에서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세계구급 신동에서 세계구급 수준

까지는 아닐지라도 전국구 수준은 되는 영재로, 전국구 레벨의 영재에서 마을

에 간간히 보이는 초고수의 반열로, 이제는 그 초고수마저도 아닌 평범함을

조금 넘어선 수준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나의 실력에 대한 폄하가 거듭되어 나의 평가 그래프가 맨 꼭대기에서

한국의 가구당 출산율 감소 수준으로 곤두박질을 치는동안 시간은 어느새

영원히 끝날것 같지 않던 여름방학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흘러가서, 더이상은

내가 지구 반바퀴를 돌아야 나오는 유럽 어딘가의 악성(樂聖)이나 세계 모든

피아노 연주자 지망생들의 주적이라고 볼수있는 에튀드 곡들을 작곡한 폴란드

어딘가의 천재 피아니스트가 될수 없다는걸 깨달았을때에는, 이미 고등학교

입학을 눈앞에 둔 2월의 마지막 날이 되어있엇다.

이 재능 외에는 딱히 다른재능을 보이지 못했던 나는 키도 평균, 외모도 평균

공부도 평균, 운동신경도 평균인데다가 다른사람이랑 친해질수 있는 사교성

또한 거의 전무해서 예술 고등학교나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같은 인생의 승리

자들의 학교가 아닌 집 근처의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키는 평균도 안되는것 같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20대 남자들의 평균 키는 174cm 인데, 나는 그것보다 무

려 2.5cm나 작다, 자그마치 1인치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날씬하고 쭉 빠진 아가씨들이 나를 보면 루저새끼라고

욕하겟지.
 
어쨋든.

결국 예비 예술가들끼리의 경쟁에서 낙오된 나는 세계에서 가장 빡빡한 경쟁

률을 보여준다는 대한민국 입시 체제에 발을 들여놓게 되엇는데, 내가 여태
나의 17년 인생속에서 다녓던 학원이라고는 옛날 우리동네 상가 2층에 있었던

나름 잘나가는 주산학원밖에는 없엇다.

사실 주산이라는계 크게 가르칠것도 없고(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선

생님들 실력도 변변찮앗는데도 불구하고 잘나갈수 있엇던이유는 주산학원 원

장선생님의 화려한 언어구사 능력에 양식장의 멍청한 고기들처럼 파닥파닥 낚

여버려 주산교재비니 주산기니 뭐니에 몇십만원 상당의 돈을 가져다 바친 귀

얇은 아줌마들의 탓이 제일 크겟지.

졸업이나 하면 그 원장 선생님한테 찾아가서 소위 '꿀빠는' 방법이라도 배워

봐야겟군.

또 어쨋든.

꼭 국기 계양을 하기로 마음먹엇으나 애국심과 귀차니즘이라는 내 두 자아들

간의 끊임없는 내적갈등 끝에 뇌가 귀차니즘에 정복되어 올해도 국기를 계양

하는 일이 없었던 삼일절이 후다닥 하고 지나가버리고 여기에 죄책감이라도

느꼇는지 나는 밤새 악몽을 꾸며 고등학교 새학기의 시작을 알리는 일출을

기다리고 있엇다.

잠깐, 이미 눈치를 채버린 눈치 빠른 사람도 잇겠지만, 여기서 나를 신동의

위치까지 올려놓았다가 나락으로 떨궈버린 보잘것 없는 재능이 대체 뭔지 알

고싶어하는 눈치라고는 죽은 벌레 시체를 둘둘 말은 휴지와 함께 변기통에 던

저버린 멍청이들도 있을것이다.
 
그 멍청이들을 위해서 말하는건데, 지금 이 시점에서는 그 재능은 아무 의미

가 없으며 굳이 여기서 말하지 않아도 금방 밝혀질것이며 이 재능보다는 새학

기의 첫날 만났던 앞으로의 내 인생을 180도 바꿔버린 어떤 소녀와 함께햇던

일련의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훨씬 중요하다.

아니아니, 어쨋든.

새학기의 시작을 알리는 아침해를 보며 어제 먹다남은 김치찌개와 요 앞 편의

점에서 공수해온 햇반을 먹고 근처 아줌마들이랑 같이 공동구매로 싸게 산 교

복을 입으며 새로운 3년을 보내게될 학교로 향햇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는 같은 중학교 출신 애들이랑 그간 근황을 전할 틈도

없이 입학식이 시작되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지루하다고 느꼇던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과 그 이후에 신입생 군기 잡겠다고 나온 체육선생님의 군기잡기에

원투펀치를 맞고 나가 떨어져 졸아버린 나는, 입학식 첫날부터 강당 맨 뒤에

서 기합을 받는 불상사를 경험해야 했다.

나의 불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는데,'강'씨로 시작하는 이름탓에 1번이 되버

린 나는 단지 1번이라는 이유로 임시반장이 되었으며 마침 1교시는 음악시간

이라 나는 누구보다 음악실에 먼저 올라가서 수업자료를 올려놓으라는 담임

선생님의 요청에 따라 조례 시간부터 2층부터 5층까지 겉보기에도 엄청 두꺼

워보이는 악보 꾸러미를 들고 올라가기까지 한것이다.

5층 구석에 자리잡은 음악실은 바로 옆의 미술실과 함께 5층의 정적을 담당하

고 있었던 터라 나는 사람이 없을줄 알고 문도 닫혀 있겠거니 생각 하고는 교

무실에 열쇠를 가지러 가야하나, 이건 아까부터 시작된 내 불운의 연장선상인

가 하며 고뇌를 하고 있던차에 음악실 문이 열렷다.

하얗고 뽀얗지만 건강하진 못하다고 장담할 수 있엇던 갸냘픈 얼굴과 두발제

한에 걸리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긴 까만 생머리, 크고 이쁘지만 생기가 없어

보이는 눈, 오똑한코, 갈라진 입술.

마치 태풍의 눈 속에 갖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것 같은 아름답지만 갸냘

픈 파랑새의 느낌을 주는 인상의 그녀.

이날 이후로 나는 음악실 앞 복도에서 내 인생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그녀와,

000와(과) 처음 만났다.  

 

메모장에 썻슴

2시간정도 휘갈겨썻는데

 

지금보니깐 쓸데없는말 존나 적어논거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