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아 정체성의 시니피에
나는 수억 개의 페이지
페이지마다 빼곡히 적힌
낱말의 며칠간이 또 나이며
불현듯 고개 드는 첨언들과
명멸하는 교정부호들의 행간 또한 나이다
나는 한 권의 책으로 엮이지 않은 채
문장성분들 사이를 동여 맨
보이지 않는 끈이다
필사적으로 매달린 품사들이며
목차에서
방금 사라진 제목의
마지막 음운이다
그러므로 나는
무엇이었던 적이 없다
나의 생활상은
어간과 어미의 문법적 경계에서
영원히 활용 중이며
나의 의식은
소실된 체언을 추적하는 관형사
나는
현존하는 모든 페이지였으나
존재했던 어떤 페이지에서도
부재할 것이다
수억 개의 시니피앙
그녀가 밟아 놓은 페이지들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책갈피의 집중호우
시니피앙[프랑스어] signifiant <언어> 소쉬르 기호 이론에서,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로써 의미를 전달하는 외적(外的) 형식을 이르는 말. 말이 소리와 그 소리로 표시되는 의미로 성립된다고 할 때, 소리를 이른다. [비슷한 말] 기표4(記標)ㆍ능기1(能記). 시니피에[프랑스어] signifié <언어> 소쉬르 기호 이론에서, 말에 있어서 소리로 표시되는 의미를 이르는 말. [비슷한 말] 기의2(記意)ㆍ소기10(所記).
어떤 한 현학pedantic쯤으로 된 것 같음임입니다만서도......저라면, ---`자아 정체성의 시니피에'---이것을 `나라는 것은 무엇인가' 이쯤으로 하겠다 싶사옴임. 적어도 이 정도 생각이라 할 때면 나머지도 뭐 ...... ^^;;
왜 이러냐면 님 글에 접근조차 거부하는 그런 `낱말벼랑' 때문이옴.
부제를 바꾸는 건 고민 중입니다. 처음부터 그닥 맘에 들진 않았는데 빼면 심심할 거 같고 대체할 표현은 떠오르질 않고..공동경비구역 시를 보니 님은 확실히 저랑 스타일이 많이 다르단 걸 느껴요..
저야 뭐 그냥 다가오는 대상 따라 달리 한다 쓰오만......
특유의 화법은 잘 변하질 않죠. 아마 ㄹㅎ님 시는 처음 본 것 같은데..보기 전에도 평소 댓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스타일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어요. 그 짐작이 완전히 틀리진 않은 거 같습니다.ㅎㅎ
라캉의 흔적이 보이네요.. 표현들은 나쁘지 않지만 뭔가 장식적이란 생각이 들고...마지막 연은 좋았지만.. 뭔가 한 발 더 나아갔으면 하는 갈증을 일으키는 시인 것 같아요(이런 갈증을 일으키지조차 못하는 시들을 생각해보면..) 왜냐면 저기에 있는 '나'의 구체성이 느껴지지 않아서요 모든 사람에게 다 해당되는 말 아닐까요?
네. 그류. 이 `그류' 이런 단어를 쓰는 한 인간을 철친으로 두고 있음. 보은 생인 그 냥반. 그대랑 아마도 환경이 비슷할 것 같아서 그대를 대개 그 절친과 비슷한 성향으로 이미 파악합니다.
모래 / 정곡을 찔렸습니다ㅎㅎ
모래 / 변명하자면^^; 장식적 수사를 막 써보자..이럼서 쓴 겁니다. 그러다보니 구체성이 많이 떨어지게 된 것 같네요.
라캉 나왔네. ! 라캉을 읽어는 보신, 원어로, 분이실까 싶음. 라캉이야 이미, 무슨 단계 무슨 단계 해 가면서, 한 정신병환자도 못 고치는 그거 아니었던가 싶어요. 근데 라캉이 정신분석학 쪽 의사였던가 싶어요.
철친으로->절친으로.
전 라캉..이름만 압니다ㅎㅎ
이 시의 배경이 되는 사상이라면..저로선 노자밖에는 떠오르질 않네요. 언어학 용어는 그냥 뉘앙스만 차용한 거고..
저야 라캉 좋아하죠 원서로 읽을 능력은 안 되지만...뭐 사상의 설득력이야 제가 왈가왈부할 입장은 안 되지만 그냥 당대에 정신분석가를 직업으로 돈 받고 그랬으니 환자들은 좀 고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정도...
진돗개~/ 라캉 별 거 아니오. 어떤 인간도, 어떠한 인간도 라캉을 모를 수밖에 없게 프랑스어를 구사하던 인간이오. 즉, 좆도 아니오. 이미 스피노자가 행했던, 에티카, 모방일 뿐입니다. 감히 이럴 수 있음 저는. 왜냐 에티카를 번역까지 하였으니까.
라캉이 어떻게 죽었더라. ?!
뉘앙스[프랑스어] nuance[발음 : 뉘앙스] 음색, 명도, 채도, 색상, 어감 따위의 미묘한 차이. 또는 그런 차이에서 오는 느낌이나 인상. ‘느낌’, ‘말맛’, ‘어감’으로 순화.
느낌이나 인상으로도 시가 되네요......제가 알기론 그러오. 쉽게 읽을 수 없는 시는, 일부러 쓴 난해시 빼고는, 다 가짜라고. 혹은, 습작이라고.
저는 알콜중독자:술꾼:알콜주의자 : alcoholism. 그대는 인상주의impressionism 혹은 이미지즘imagism.
어쩌면 언어로 만들어진 모든 구조물들은 허상일지도 모르지요. 이 시가 습작인 것, 그리고 덜 여문 것이라는 지적엔 동감합니다. 있어 보이려고 애 쓰는 가짜일 수도 있겠죠. 그러나 누군가는 여기서 좋은 느낌을 읽어갈 지도 모릅니다. 그런 기대로 쓴 거죠.
예. 고맙습니다. 그렇지요. 그대야 저랑 다르고 저도 그대랑 다르니까......하여간 그대 글엔 어떤 아우라라는 게 있습디다 감히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거......뭐 이런 그대 한 삭힌 맛이 그러하옵디다만서도. 투표는 하였수?!
곧 일 접고 갈 참입니다. 좋은 하루들 보내시길~
...... ...... ...... ...... ...... ......
어떤 느낌이 오기를 기대했는데 언어학적인 명칭만이 보일 뿐 유기적인 상징에 대한 연상이 쉽게 되지는 않네요. 시적 상징이 딱딱 들어맞는 것도 촌스럽긴 하지만 어떤 느낌이나 이미지가 그려질 때 호감이 기준인데 이 시는 제목인 기호론에 충실한 듯 해요. [i]
콰 / 크..문창과 다니는 동생이랑 거의 비슷한 지적이네요. 전작들에 비해 시어 간의 유기성이 약해 보인다더군요. 그야말로...시는 쓸수록 어렵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