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거미에게 인사를

 

      장석주

 

 

 

  비가 온다, 궂은 날씨 때문에

  인생을 망칠 거라는 나쁜 예감이 혹, 하고 스친다.

  떡갈나무 숲속에 내리는 비는 녹색,

  금광호수에 내리는 물빛,

  영산홍 꽃밭에 내리는 비는 붉은 꽃빛,

  비는 내리는 곳마다 색깔이 다르다.

 

  슬픔은 중첩되면서 슬픔이다.

  초록거미가 문설주 위에 거미줄을 치고 있다.

  초록거미는 초록거미를 모르고

  초록거미의 눈높이는 문설주의 높이에 맞춰진다.

 

  긴 밤들과 초록거미와 나는

  한 통속이다.

  슬픔은 도무지 모르는 슬픔의 백수들,

  종일 내리는 빗줄기나 일삼아 내다본다.

  도처에 흙냄새가 번진다.

 

  빗방울들이 바다를 데려온다.

  잘게 쪼개진 길쭉한 바다,

  저게 바다의 조각들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빗방울들은 깊이를 잃어버린 채 상심한다.

  빗방울들은 바다의 치매를 앓는

  영산홍들을 데려온 벙어리들이다.

 

  비가 오고 있다, 춘분과 추분 사이에서

  천하태평 초록거미에게 상냥한 인사를 하자.

  저 초록거미들이 야만인이 아니라면 누구란 말인가!

  새로 온 아침은 즐비한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야만인들에게 인사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