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물 퍼져가는 저녁

구름도 네 얼굴이 되었다가 흩어지고

 

누군가 죽 그어놓은 까만 선들은

꼭 흩날리는 네 머리칼 같아

헤매이던 헤매이던 내 마음은 다시

너의 그림자와 함께 눕는다

  

네 입에서 나온 따뜻한 숨결이

다시 내 코로 들어와 모든 기관을 데우던,

세상의 공기가 온통 

너와 나의 숨결로 이루어 진 것만 같았던,

이 별의 온도마저 변했던 그 순간처럼.

  

이제는 흔적만 남은 불씨로 돌아간

저 지난 시간 우리가 남기고 온 열정들이

아직도 공기 중에 맴돌며

시리운 하늘 잠시나마 붉게 물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