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꼬리를 물고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게 만가지 악, 만가지 불행의 근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자웅동체로 태어나 자족을 하며 살다가
스스로의 힘으로 번식을 할 수 있었더라면
이 밤 내가 외로움에 이 지랄을 하는 일은 분명 없었을 것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육군을 다녀온 남자라면
논산에서 훈련병으로 지내며
사회의 지인들에게 편지를 쓸 때 가지는
그 일말의 절박함을 알 고 있을 것이다.
\'씨발 내가 구차하게 이러고 싶지 않은데
외롭잖아 씨발 이 맘을 알아줘
나를 알아주는
내 가치를 인정해주는
그런 말들을 담아서
답장을 해줘, 씨발 부탁이야\'
그때는 그래도 남들한테 편지를 쓸 구실이라도 있었다.
요즘은 폭발하려는 감정들로 가득찬
수많은 구애의 편지들을
내 마음 속에만 품고 산다.
체한 몸이 구역질을 하듯
갈 데 없는 감정들이 메스꺼워
밤마다 삭히다 게워내다 하다보니
답은 결국
내 스스로 남한테 의지하는 일 없이
지렁이처럼
자가번식하는 생물의 형태로
그런 형태로 진화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지렁이가 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다음 전생엔 아메바로 꼭 태어나시길
용두질을 자유롭게 하시길. 수치심이 생기걸랑은 그 수치심더러 보라고 씩 웃어주면서. 나 같으면, 보통, 흐흐흐흐흐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