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 가는 길, 잠시 / 신용목

 

 

 

시흥에서 소사 가는 길, 잠시
신호에 걸려 버스가 멈췄을 때

 

건너 다방 유리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내 얼굴 속에서 손톱을 다듬는, 앳된 여자
머리 위엔 기원이 있고 그 위엔

 

한 줄 비행기 지나간 흔적

 

햇살이 비듬처럼 내리는 오후,
차창에도 다방 풍경이 비쳤을 터이니

 

나도 그녀의 얼굴 속에 앉아
마른 표정을 다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과 나는, 겹쳐져 있었다

 

머리 위로 바둑돌이 놓여지고 그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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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감상평

 

시 속 화자는 버스를 타고가다 다방 유리 너머의 여자를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유리에 겹쳐진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있다.

즉, 관찰자와 대상이 한 곳에 겹쳐지는 것이다.

여기선 시선이 오가는 '거리'가 없다. 시선도 없다.

오직 겹쳐진 화자와 그녀만 있다

또한 더 흥미로운 것은 이 '겹침'은 위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3연에서 보면 다방 위에는 기원이 있고

그 기원에 바둑돌이 화자와 그녀의 머리 위로 겹쳐진다.

또 한 번 그 위로 비행기가 겹쳐지고,

이 장면은 모두 화자가 버스를 타고 가면서 신호에 걸려 잠시 멈춘 대략 1,2분 정도의 그 짧은 '순간'에 일어난 것이다.

 

나는 ‘화자와 그녀’, 그리고 ‘바둑돌과 비행기’가

전부 중첩되는 짧은 그 한 ‘순간’ 을 포착해내는 시인의 안목이 놀랍게 느껴졌다.

 화자와 그녀 사이에 많은 겹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 또한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는 짧은 한 ‘순간’을 보여주면서

시인은 과연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람과 사람 그 사이의 관계, 즉,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는

그 기원의 원인도 모른 채 서로의 얼굴에 잠시 머물다 간 사람들

또한 머물고 싶었으나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떠났고, 떠나보내야 했던 사람들

누구나 살면서 ‘순간적’으로 만나 스쳐갔던 인연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시인은 <소사 가는 길, 잠시> 라는 제목처럼

잠깐 우연히 스쳐지나간 어떤 인연과의 한 ‘순간’을 영원한 ‘현재’로 담고 싶어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