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정창준>
아버지의 발화점
바람은 언제나 삶의 가장 허름한 부위를 파고들었고
그래서 우리의 세입은 더 부끄러웠다. 종일 담배 냄새를
묻히고 돌아다니다 귀가한 아버지의 몸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
여름밤의 잠은 퉁퉁 불은 소면처럼 툭툭 끊어졌고 물 묻은
몸은 울음의 부피만 서서히 불리고 있었다.
올해도 김장을 해야 할까. 학교를 그만둘 생각이에요.
배추 값이 오를 것 같은데. 대학이 다는 아니잖아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하면 생계는 문제없을 거예요.
그나저나 갈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
제길, 두통약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남루함이 죄였다. 아름답게 태어나지 못한 것,
아름답게 성형하지 못한 것이 죄였다. 이미 골목은 불안한
공기로 구석구석이 짓이겨져 있었다. 우리들의 창백한
목소리는 이미 결박당해 빠져나갈 수 없었다. 낮은 곳에
있던 자가 망루에 오를 때는 낮은 곳마저 빼앗겼을 때다.
우리의 집은 거미집보다 더 가늘고 위태로워요.
거미집도 때가 되면 바람에 헐리지 않니. 그래요.
거미 역시 동의한 적이 없지요. 차라리 무거워도
달팽이처럼 이고 다닐 수 있는 집이 있었으면, 아니
집이란 것이 아예 없었으면. 우리의 아파트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고층 아파트는 떨어질 때나
유용한 거예요. 그나저나 누가 이처럼 쉽게
헐려버릴 집을 지은 걸까요.
알아요. 저 모든 것들은 우리를 소각(燒却)하고
밀어내기 위한 거라는 걸. 네 아버지는 아닐 거다.
네 아버지의 젖은 몸이 탈 수는 없을 테니. 네 아버지는
한 번도 타오른 적이 없다. 어머니, 아버지는
횃불처럼 기름에 스스로를 적시며 살아오셨던 거예요.
아, 휘발성(揮發性)의 아버지.
집을 지키기 위한 단 한 번 발화(發火).
* 조세희 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화법을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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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감상평
현대시는 점점 더 난해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시가 소설이나 희곡 다른 문학 장르에 비해 대중들로부터
많이 외면을 받고 소외당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현대시가 난해한 이유는 근래들어 시인은 말하고자 하는 주제나 감정을 쉽게 표출하지 않는다.
아마 주제 혹은 감정의 표출은 자칫하면 상투적으로 비춰 보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대시의 난해성과는 달리 이 시는 다소 상투적으로 흐를 수 있는
주제나 시어들을 직접적으로 표출하면서도 신선하고 감동적으로 승화해 냈다.
그 이유는 아마 시인이 조세희작가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나온 화법을 인용해
체화된 언어로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인물의 구체적 삶과 내력에 주목하는 시들이 취하는 일차적 범주는 바로 ‘가족사’이다.
가족의 삶이란 누구에게나 공감이 갈수 있는 가장 깊은 기억의 뿌리이자,
시간을 가장 직접적으로 거슬러오를 수 있는 일차적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 때 ‘기억’은 과거 지향이 아니라, 그동안 지나온 시간들을 가장 원초적인 경험의 형식으로
복원하면서 그것을 현재의 삶과 연루하고 매개하는 적극적 행위로 몸을 바꾼다.
정창준 시인의 시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시에서 유년의 가난을 온몸으로 기억해 내는 화자의 어조와 주요한 인물 설정은
기형도시인의 <위험한 가계家系>와 꽤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바람’과 ‘기름 냄새’, ‘김장’과 ‘배추값’과 ‘약’이라는 단어들이 줄지어 있다는 흔적은 비슷함을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3연에서부터 ‘아파트’와 ‘망루’로 옮겨가면서 시는 조세희작가의 소설과 적극 접속한다.
그럼으로써 울음의 부피만 서서히 불리고 있는 허름한 세입자의 언어가 시편의
전체적 분위기와 전언을 감싸게 만든다. 남루하고 불안한 공기 속에서 짓이겨진 목소리는,
낮은 곳에서 망루에 올라 자신을 던진 조세희작가의 소설 속 주인공과 고스란히 겹쳐 보인다.
화자는 ‘집’을 찾아 나선 아버지가 자신을 소진하는 휘발의 순간을 관찰하고 표현하여 그것을 마지막
“단 한 번의 발화”로 기억함으로써, 아버지의 행위에 대한 보편성을 더욱더 부여해 냈다.
2연빼고는 다 좋네 특히 1연의 경우, 진짜 좋네 마지막연더 괜찮긴해도. 두번째가 아쉽긴 하네
시에 덧붙인 글쓴이의 사견이 개소리..
사견...현대시가 난해해서 대중에게 거부감을 준거라면 김경주나 이제니 첫번째 시집 등등이 난해한데 잘 팔린 건 무슨 현상인지... 일단 그렇게 단정지을 수만은 없는 문제를 단정짓는 것부터가 가벼운 생각이지 않나? 시가 좋다는 건 동의하지만
ㅁㄴ// 태클거는건아닌데ㅎㅎ난 분명 개인적 감상평이라고 써놨고;; 내견해를 흘려보내건 동의하지않건 별상관하진않는데;; 다만 너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의 견해를 개소리라고 치부하는건 옳지않은것같아 ㅎㅎ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표현하는 표현의 글은 어떤 무게를 가지며 써야 할까. 가끔은 언어 뒤에 숨어서 언어를 나열하며 그 맛에 침착하는 시 와는 대조적인 느낌을 받는 기형도 감성의 시.
개소리라고 치부한 건 미안하지만 "휴.."의 댓글도 보면 니 생각이라는 게 견해 수준이 못된다는 건 자명한거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