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나는 문학보다 시각예술을 더 오래 했었고, 미술관이 책보다 가까웠다만 이런 지평이 비단 미술에 국한되지 않음은 심보선의 '그을린 예술'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자신이 지금 어떤 것을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고민 앞에서 지지부진한 상태로 고여있다면 삶에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봐.

아서단토가 '예술의 종말'을 낸 이후로 그간의 예술은 예술을 위한 예술로부터 걸어 나오고 있다. 자기 삶과 예술을 분리시키려 하지말기를. 삶 속에서 뭐가 나와도 나오게 되어 있음은 부정할라야 부정 할 길이 없지 않겠어? 그것도 타인의 삶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삶 말이지.

수산시장에서 알바하는 것이 곧 작업이 될 수 있고, 내가 개를 키우는 것에서 작품이 시작될 수도 있다.

삶에 집중하는 방법은 별거 없어. 내경우엔 허투루 시간을 흘러보내지 않는 방법으로 삶을 음미했어.

연애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가족과 식사 하고 다투고 상처받고 상처주고 위로하고 화해하고 결혼하고 자식 낳고 돈 벌고 하는 일련의 일상들이 결국엔 작업과 직통해야 할 것들이지 소위 예술을 위해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 포기했다고들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거야. 숱한 사연들을 만들어라. 그 숱한 사연들이 글에 스며들 때를 포착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