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난 진짜로 글 쓰는걸 좋아해.
원래 글쓰는건 숨쉬려고 쓰는 거였는데 지금은 그냥 손에 익어서 조금씩이라도 안쓰면 불편하고 신경쓰이고 답답해.
그래서 진로를 문창과로 가려고 하고있고, 다만 아버지는 아직도 내가 문창과로 가는게 못마땅하신 것 같아.
너희 오빠도 좋은 대학 가서 취직 못하는데 너는 할 수 있을 것 같냐고 하시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 길말고는 없어.
내가 하고 싶지도 않고, 진로까지 아버지 생각하면서 정하고 싶지는 않아. 못된 소리긴 한데 어차피 굶어죽어도 내가 죽는거지 싶고.
으으 일단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내가 요즘 글을 쓰려고 하면 무서워서 글을 쓰지를 못하겠어. 손풀기용이나 짧게 쓰는 문장은 쓸 수 있는데 도저히 긴 내용을 적을 수가 없어.
특히 어디 공모전이나 내려고하면 잡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손이 떨려. 내가 뭘 쓰고 싶었는건가 싶고, 내 문체가 신경쓰이고, 다른 애들은 학원 다니고, 과외 받아서 조리있게 잘 써나가는데, 정작 나는 진지하게 쓴 글을 누구한테 보여준 적도 없고.
게다가 나는 입상한 적도 없고 포트폴리오나 자소서 만들때 같이 붙여서 보일 습작도 없어.
솔직히 지금 내가 이렇게 불안하다고 쩔쩔매는게 진짜 쓸모없는 짓인건 아는데 글쓰는게 너무 무서워.
아버지가 한번씩 어디 공모전 낸거있냐고 물어보면 아무 말도 못하겠어. 빨리 극복해야 하는 것도 아는데. 남들 보기 답답한 것도 아는데 진짜 일어나기가 힘들다. 예전에는 콩가루 집안 탓이라도 했는데, 그것도 시간 지나고 익숙해지니까 탓하는 것도 우습고.
원래는 이걸 어떤식으로 극복해야 하나 물어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신세한탄을 하고있네. 보면서 한심해서 다들 뒤로가기 누른건 아닌가 싶어.
다들 이런 고민 하나둘쯤 하는데 내가 너무 예민한걸까? 문갤이 아니면 물어볼 곳이 없을 것 같아서 써봤어.
뭐,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남들과 비교하며 나는 저만큼 안 될 것 같은데 하면서도 뭔가 대단한걸 하나 써내야된다는 생각들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네요. 시작하는 단계면 주제나 캐릭터 문체같은거 신경 쓰지 말고 하세요. 거의 베껴쓰기 수준으로 문체나 서사 구조에 있어서 다른 작가 따라해봐도 됩니다. 처음이라면 필사를 해보는 것도 좋은데 필사는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고 어떤 하나의 글을 정했다면 문장 하나씩을 외워서 머리에 기억한 다음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농사관계의 시찰원인 듯 했다. 라는 문장이 있다면 이 한문장을 옆에 두고 계속 보면서 쓰는게 아니라 보고 외운다음 쳐다보지 않고 기억하며 필사해야 합니다.
아니면 사과든 모기든 먹다버린 삼각김밥이든 사물 하나를 정해서 진득하게 묘사하거나 나름대로의 시시껄렁한 스토리라도 불어넣어 A4한쪽 분량 정도의 콩트를 많이 써보세요. 다른 거 말고 딱 사물 하나에 집중해서요. 남들 신경 쓰지 말고 하세요. 그럼 수고.
진지한 사람은 그저 환함! 눈부심! 부디 나와는 닮지 않길 바래.
내가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느냐? 화장실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8시 반에 맥도날드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문장 여러개 써둔 공책을 꺼내서 이 댓글에다가 작문 한 번 할 것인가 말 것인가.
ㄴ 맥도날드는 일단 가라.
글쓴이는 일을 해라.
게르샤의 댓글 참 훈훈하네
우리나라 인식체계에 단점이 뭐냐면 나이 먹은 사람이 어린사람 보다 더 어린짓 할 때가 있는데, 그때도 어른구실 자세를 버리지 못한다는거다. 나이 어린 사람이 보듬어야 할 어른이 있다. 아빠는 아빠일 뿐. 어쩌면 너의 재능 사용여부를 결정지어줄 사람은 아닐 수도 있다.의심이 가장 확실한 해결 도구일 때가 있지. 먼저 아빠 의심부터 풀어 드려라. 아빠에 관한 단편 하나라도 써서 보여드려봐. 아빠부터 네 편으로 만들어. 믿음을 줄거란 확신으로 등한시 하는 건 모지리들이나 하는 짓이다.
ㄴㄴ // 맥도날드 다녀왔음
아무 것도 안 하는 시간 같은 게 좀 필요할 듯.
너무 강박한 마음을 갖지말고 여유를 가지고 써봐 이말이 쉽지는 않겠지만 .. 필사도 좋은 방법이지
공부해서 문창 드가셈. 습작해서 문학특기자 넣어서 가는 게 오히려 어려움. 쓰기는 잘 안 될 때 억지로 쓰려고 하면 더 안됨. 스무살 돼서 써도 충분함. 내 친구 고교 때 귀여니 소설 읽다가 문학특기자랑 전혀 상관 없이 살다가 고3때 문창과 가고 싶어져서 성적으로 일반전형으로 문창 드가서 열정생겨서 편입해서 서울예대 문창 나와서 논술 교사하면서 잘 삼. 글쓰고 싶은 게 목적이면 지방 문창도 추천함. 왜냐면 지방 문창들은 대게가 안쓰는 분위기라서 자유롭게 자기 맘대로 읽고 쓸 수 있음. 노는 분위기 속에서 고고이 제 길 닦기 좋단 말임. 광주대 넣어보삼. 경쟁률 낮으면서 혼자 쓰는 알곡들은 다 알아서 잘 익는 분위기 학교임. 조선대는 요즘 떠서 어려울듯 등단이 목적이면 인서울 유명 문창과 추천.
학교에다 뭘 기대하고 문창 들어가면 반드시 실망함. 문창 들어가는 건 오로지 '쟤는 문창생이니까 책 읽고 글 쓰는 게 허락되는 놈이다' 딱지 하나 얻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