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별안간
껍데기의 진화를 멈춘 것은
그저
맨몸으로 고생과 맞부딪히겠다는 멍청함이 아니다
그저
짐을 지기 싫다는 나태함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원대한 꿈을 향한 야망
그것을 위한 고결한 포기

지금 그는 등에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았기에
하늘을 짊어지고 나아갈 수 있다

지금 그는 뭐하나 튀어나온 것 없는,
완벽한 직선이기에
빗물로 가득한 이 혼돈을 가르며
자신 아래로는 땅
자신 위로는 하늘이라 일컬을 수 있다

그는
말없이
예리하게 세운 두 눈빛만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난, 그 위엄에 압도 당하고 만다

상추 한 장을, 경의의 표시로 그에게 바치고 만다


-민달팽이 대왕-
<걸스데이의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