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략 )

그때 누군가 천막으로 들어왔다.
\" 누구인가? \" 나는 천막 입구쪽이 아닌 탁자 위 지도를 보고 있었고 누군가 들어오자 본능적으로 입에서 질문이 나왔다.
\" 저입니다. \" 묵직하고 굵으면서도 약간 부드러운 느낌이 느껴지는 친숙하다 할 순 없지만 그 동안 많이 들은 목소리, 배명이였다. 그 동안 북진을 하면서 나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준 내 휘하의 장수이자 전략가였다.
\" 무슨 일인가? \" 내가 그에게 물었다. \" 남환 사령관님. 아마 1시간 내로 모든 병력을 쏟아부어 이 성을 함락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 나는 바로 되물었다. \" 우리는 이 곳에 도착한지 이제 6시간이 지났소. 급할건 없지 않소? \" 내 주장에 그는 반론하기 시작했다. \" 방금 들어온 첩보이지만 3일전 이 곳으로 수도에서 최소 7000명 이상의 지원군을 보냈고. 척후병들이 이 곳에서 단 4시간 거리인 동망고개를 넘었다 합니다. 이 병력들은 이제 약 2시간 후인 이 문동령 뒤쪽에서 이 성으로 들어올 것이고 만약 우리가 이 병력들이 들어오기 전에 이 성을 최대한 빨리 함락시키고 빨리 이 성에서 지원병들의 공격을 방어해야 할 것 입니다. 그래도 지금 오는 놈들에겐 사다리며 충차와 같은 공성무기는 없을 터 우리가 이 곳을 함락시키고 북문을 걸어 잠군다면 저들은 우릴 공격할수 없을 것입니다. \" 그의 설명은 바로 이해가 되었고, 나의 머릿속의 판단 체계는 갑자기 활성화 되어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들의 병력은 기껏해야 약 1000명이 될까 말까이다. 우리는 5000명이다. 1000명과 5000명의 대결은 이곳이 하늘 아래 신이 내리신 최고의 지형에 위치한 성이라 하더라도 5배의 병력규모와 우리의 우월한 공성무기로는 뚫어낼 수 있을 곳이다. 근데 7000명이 이곳에 들어온다? 저들은 성문을 열고 공성전 형태가 아닌 전면전 형태로 싸움을 만들 것이고 우리는 밀려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올라오더라 하더라도 수도에서의 병력 지원은 당연히 있을 것이고 우리는 절대로 저 성을 함락 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나와 내 휘하의 장수들은 별동대로써 저 성을 무너트리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고 나를 어떻게서든 5군 지휘관 자리에서 밀어낼 터이다.

\" 하아.. \"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약 저 늙어터지고 실전 경혐이란 하나도 없는 참모들이 서부 해안지역이 아닌 이곳에 병력을 몰아주면? 당연히 북진은 탄탄대로 일 것이다. 당연히 지들은 이렇게 빨리 지원군이 내려올줄 몰랐을 것이다.
더욱 뼈 아픈 사실은 이 별동대의 지휘권이 내가 아닌 윗대가리 참모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퇴각하고 최대한 많은 군사들을 다시 결집시켜 저 곳을 다시 공략하면 저 성을 무너트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나는 오로지 공격 뿐이라는 명령을 받았고. 그 명령을 따르고 작전을 성공하기 위해선 지금 당장 1시간 내로 이 성을 함락시켜야 한다. 결국 나는 배명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 10분내로 병사들 완벽무장 상태로 대기시켜라. 30분 후 저 위의 문동령 산성을 공격한다. \" 나는 배명에게 말했다. 그는 대답도 없이 밖으로 나가 뿔나팔을 불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중략)


문동령 산성을 공격하기 위해선 우리는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 언덕을 올라오면 성 앞으로 좌우 약 150보로 생각보다 넓은 평지가 나온다. 다행이도 언덕은 그리 가파르지 않았다. 충차를 그리 어렵지 않게 밀수 있었다. 공격 1선이 언덕을 거의 다 오를 쯔음 저들의 선제 공격이 시작되었다. 나는 소리쳤다. \" 방패 들어! \" 최전방 병사들이 대나무를 묶어서 만든 방패를 들고 저들의 화살 공격과 투석공격을 막아내며 전진했다. 갑자기 최전방 병사들이 좌우로 퍼지더니 1선의 공격이 시작됬다. 충차가 맹렬히 달려 성문에 쿵ㅡ 하며 박았다. 좌우로 사다리가 붙었다. 사다리를 오르려는 근접 보병 뒤로 궁수들이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저쪽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아니 저들은 필사적이였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려는 병사들에게 뜨거운 물을 쳐 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다리는 생각보다 잘 고정되었다. 병사들이 뒤로 넘어져도 사다리는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갑자기 충차 위로 거석이 떨어졌다. 거석 아래로 충차와 서너명의 병사들이  그 큰 거석 아래에 깔리고 말았다. 우리에게 충차는 남아있지 않았다. 성문 공략이 힘들어 졌다.

공성전은 계속되었다. 공격 1선 500명의 8할은 벌써 다 쓰러지고 2선 공격진이 그 8할 이상을 메꾸며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충차를 대신하여 커다란 해머를 든 덩치들이 성문 아래에 붙어 성문을 때리기 시작했다. 사다리를 타고 계속 병사들이 올라갔다. 사다리가 기울어 떨어지면 바로 뒤에서 다른 사다리가 성벽에 붙었다. 투석기 공격도 시작되었다. 저들이 슬슬 지쳐 보이기 시작됬다. 우리가 저들의 증원군이 오기 전에 성을 함락시키는데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듯 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틀렸다. 갑자기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해머로 성문을 치던 병사들이 일순 당황했다. 그 당황도 잠시 그들은 바로 성문 너머에서 나온 저들의 병사들에 칼질당해 쓰러졌다. 나는 그들을 보자마자 하나를 떠올랐다. 증원군이 도착한 것이다. 나는 생각한 겨를도 없이 소리쳤다. \" 퇴각! 퇴각이다! \" 나는 앞에서 저들의 증원군과 칼을 맞대면서 뒤로 소리쳤다. 뒤에서 뿔나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왼 가슴에 내 몸, 아니 이 세상을 다 뒤덮을만한 고통이 느껴졌다. 화살이 내 갑옷과 내 피부를 뚫고 관통하여 내 심장을 후벼팠다. 나는 바로 앞으로 고꾸라 졌다. 누군가 내 뒷덜미를 잡아 들었다. 내 목으로 칼질이 들어왔다.